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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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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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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ada 2003-06-30

 갇혀지낸  시간들이 무덤처럼 쌓여  그 시간들의 무게때문에 더 이상 버둥거릴 기운이 없었다. 사람은 길들여진다. 길들여지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기 전에 밀물이 시나브로 개펄을 순식간에 기어오르듯 이미 무엇인가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꼼짝할 수 없는 자신을 보게 된다. 순식간에  밀물은  그 넓었던 개펄을 탐식하고 만 것이다. 내게 갇혀있는 시간들이 그러하였다. 갇혀지낸 시간들은 그저 단순한 시간들이 아니었다. 내 피끓는 청춘이 거기있었고, 내 꿈이 거기있었고, 내 사랑이 거기 있었다. 난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순간이었고 그리고 태만이었다. 그 시간들을 난 허울좋은 희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아름답게 되돌아 올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어이없는 생각이었던가.

 어느 날, 문득 나는 갇힌 시간속에서 풀려나 있었다.

 갇혀살던 새가  갑자기 새장속을 벗어 난다면 그 새는 과연 날아 오를 수 있을까. 

나는 한 마리 새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햇빛에 눈이 아려 두 눈을 꼭 감아버리고 싶을만치 어이없는 여자였다. 나이 마흔의 여자가.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제사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린것이다. 너무도 당당하게 내가 선택한  것들에 의해 철저하게 깨달아야 했다.  이 세상은 수학공식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풀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성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음을 나는 절실하게 깨달아야 했다.

 모든 것을 버리자.

 지금 나의 모습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자신이 너무 비참하였다. 아니 결국은 한발자국 한발자국 나 스스로가 밟아 온  길이었다. 누군가 강제로 내 손을 잡아 끌지는 않았다.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너무 늦어버린 것을 알았지만 이제사 훌훌 털어버릴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비워낸다는 건 다시 무엇인가를 채울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지나간 그 시간들로 인하여 더이상 갇혀지낼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내 앞의 생이 너무도 찬란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물은 제길이 있다고 한다. 아무리 돌려 놓으려 애를 써도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물의 힘. 지난 번 태풍루사는 너무나 실감나게 우리에게 그것을 인식시켜주었다. 나도 물길처럼 분명한 나의 길이 있음을 믿는다. 그것은 바로 순리다. 내 생이 나아가야 할 분명한 길. 그 길을 믿고 다만 멈추지 않고 걸어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