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엘 나갔어요.
며칠만에 가을 땅을 밟아 보고
며칠만에 마른 바람을 맞이 하는가?
하나,두울..손가락 꼽아보니 오일만이군요.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나무도 풀도 바람에 휘둘려 지고 있었어요.
나도 그래요.
세상것에 많이 휘둘려 지면서 살아 가고 있어요.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나도 나약한 한 여자인가 봐요.
일주일에 한번씩 아파트 공터에 7일장이 서요.
동네 슈퍼에 들려 간장과 설탕을 사 들고,
7일장에 들렸어요.
뭘 살까? 한참을 보다가...
상추와 치커리와 이것저것 섞어 푸성귀를 한 근 샀어요.
한동안 슈퍼를 안가서 냉장고에 있던 걸로 대충 해 먹었더니
막내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 했거든요.
그래서 고기를 구워 주려고 푸성귀를 산거에요.
적당히 담아 논 느타리 버섯을 한 봉지 샀어요.
동글동글한 쏘시지와 떡볶이 떡과 느타리 버섯을 식용유를 넣고
살짝 볶다가 간장과 설탕을 넣고 또 살짝 조리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이 되거든요.
그래서 비싼 버섯을 한 봉지 산거에요.
동부를(콩이라하나 팥인가?) 작은 묶음 하나를 샀어요.
뿌연 쌀에 붉그스름한 콩을 넣고 압력솥에 밥을 해 놓으면
하얀 이밥에 붉은 콩이 섞여서 보기에도 먹음직하고
아이들이 호호불며 먹는 맛난 콩 밥이 되거든요
그래서 이리저리 골라서 피에 싸인 동부를 산거에요.
말캉거리는 감도 한 소쿠리 샀어요.
주홍빛 감이 햇볕을 받아 눈부시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어요.
손으로 반을 나누워 아이를 주면
찻스푼으로 떠먹으며 "엄마,난 감이 제일 맛있어."그러거든요.
그래서 빨갛고 작은 소쿠리에 담겨진 홍시를 산거에요.
참,작은 아이는 감을 좋아하지만
까탈스러운 큰 아이는 감은 손도 대지 않거든요.
그래서 뭘 살까 망설이다가 노란복숭아 3개를 샀어요.
어쩜!복숭아가 아주 샛노래요.
칼로 깎지 않아도 껍질을 벗길 수 있는 홍시처럼 부드러운 속 살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황도를 또 한 봉지 추가해서 산거에요.
봉지봉지 먹을 걸 사가지고 오는 풍요로운 기분...
까만 비닐 봉지가 바람결에 와삭와삭 소리가 났어요.
단풍이 들대로 들어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가
이런 소리일거에요.
오늘은 바람이 많은 날이였어요.
치마를 입고 갔었는데
바람이 치마를 자꾸 뒤집을려고 하잖아요.
뒤집어 질려고 하는 치마와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비닐봉지와 뒤엉켜
걸어오는 발걸음이 무뎌졌어요.
배는 막 고픈데...발걸음은 둔하고...
왜 배가 고플까했더니?
점심을 안 먹은 거 있죠
그때가 조금전 3시였어요.
봉지봉지 가을이에요.
아파트 구석구석 가을이에요.
풍요로운 이 가을날.
속상한 일 있으면 저 부는 바람에 날려버려요.
야아~~~~~~~~가져가라 하고선 말이에요.
아직 남아 있는 봉지속에 가을을 펼치며 오후를 보내고 있어요.
봉지속에 있는 먹을 것들을 정리한 다음
열어 논 창을 닫고
차 한 잔을 마시며...
라디오를 켜야 겠어요.
요즈음 라디오에선 가을빛 노래가 은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