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강아풀도 단풍이 들어.
얕은 갈색으로 말이야.
있잖아?
강아지풀도 가을을 타.
그래서 쓸쓸해 보여.
그래도...
강아지풀아?
슬퍼말어
너에겐 알알이 영근 씨가 있잖아.
웃어봐?
해맑게 말이야.
아무리 웃어도 해맑아 보이지 않는다구?
아니야,너에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있는 듯 없는 듯 한
엷고 잔잔한 매력이 있어.
그걸 내가 알고 있잖아.
에헤헤헤...웃었다 너,강아지풀아.
거봐?
귀엽잖아....
넌 귀여워 그래서 강아지풀이라 한거야.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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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풀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요?
강아지풀을 뽑아서 친구 목덜미에 간지럼 태웠던 추억도 하나씩 가지고 있지요?
털이 보승보승 달려 있고,
만져보면 까실까실 간지럽고,
꼭 강아지 같아요.그래서 강아지풀이라 이름 붙었겠지요.
길거리에 들녘에 제일 흔한풀이 이 풀일거에요.
강아지풀도 가을이면 가을에 젖어들지요,
그래서 갈색으로 물이 들어가고 있잖아요.
어린날...
개망초꽃과 개여뀌와 들국화와 함께
강아지풀을 섞어
소주병에 꽂아 마루 한 켠에 놓아 둔 적이 있었어요
다음날 아침...
마루에 홀로 둔 꽃이 생각나 방문을 열고,
소주화병을 찾으면 소주병밑에 들깨알처럼 떨어진
강아지풀 씨...
할머니는 이런 걸 왜 꺾어 와서 지져분을 떠냐며
뭉둥거려진 몽당 빗자루로 훽 쓸어 버리며
"얼렁 (얼른)일어나 갔다버려라"
하셨던 까랑까랑한 외할머니 목소리...
강아지풀을 보면 할머니가 보고 싶어져요.
지금은 까랑한 목소리가 쇠잔해 지셨지만 "오야,너냐? 애기들은 잘 크고?"하시지요.
올 해 90이시지만 눈도 밝고 귀도 창창하게 열리신...
주일이면 예배당에서 대표기도도 하시는 영리하신 우리우리 외할머니.
80을 넘기시면서 외할머니께서 자신의 생일이면
"올 해가 마지막 내 생일지 모르니까
꼭 와라"해서 간 것이 10년이 되었지요.
앞으로 10년은 더 찾아 뵈어야 할 것 같은 좋은예감이 들기도해요.
내일은 밖에 나가서 강아지풀을 뽑아다가 유리컵에 꽂아야겠어요.
그리고 식탁에 두고서 한참씩 바라볼거에요.
그러면,혼자 있어도 마음 통하는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같을거에요.
어쩌면 외할머니의 잔소리가 들리겠지요.
듣고 싶어요.
어릴적엔 심통이 나게 싫었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할머니께 전화도 넣어야겠어요.
다음날 아침이면 강아지풀씨가 식탁위에 짜르르 떨어져 있겠지만
그것마져도 그리움이고 정겨움이고,
또 하나의 엷은 가을이고, 대자연의 자잘한 순리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