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장을 하자면, 둘째애 낳고 처음으로 하늘이 다 노래졌더랍니다.
그렇게 아팠던 적이 둘째 낳고는 처음이었으니까요..
어릴때 잔병치레를 곧잘 해서 밥을 못 먹고 사나흘을 누워 있으면
할머니께서는 어린 손녀가 불쌍해서 어딘가로 가서는 싱싱한 문어 한마리를
구해 오셨댔습니다. 그걸 살짝 삶아서 다른 형제들을 물리치시곤 저혼자만
먹게 하셨지요.''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어라'' 할머니의 그 음성이 지금도 들리는듯 합니다.
삶은 문어를 먹고, 할머니의 사랑을 먹고 저는 거짓말 처럼 말짱해 지곤 했지만
연례행사처럼 일년에 한두번 그렇게 앓고는 했었지요.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어릴때 잔병치례가 심한 사람일수록 어른이 되어선
덜 아프다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일년가야 감기한번 잘 걸리지 않는 저는 늘 어른들의 그 말씀을 떠올리며
그래, 내가 어릴때 잔병치레가 심했기에 지금 덜 아픈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지요.
그런데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 한게 그제 였습니다.
감기의 전조가 보이는 그때 병원을 찾았더라면 어제 그토록이나 아프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당최 잘 아프지 않던 내자신을 믿어 보리라 생각한게 잘못 이었던것 같습니다.
누군가 머리를 쇠망치로 때리는듯 한 느낌,...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서 뼈마디가 쑤시는 듯한 느낌과 함께
드디어는 오한이 나고 식은 땀까지 삐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게다가
목이 많이 부었는지 침삼키기가 고역이었습니다.
저녁시간은 다가오고 어떻게 했는지 아이들한테 대강 저녁을 챙겨주고
자리보전을 하고 말았습니다.
잠이 마구 쏟아지고 열이 나는데 너무 추워서 이불을 마구 꺼냈습니다.
그렇게 움직일수 없이 몸이 아파 오는데 그래도 그렇게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지요.
아이들이 밥을 먹는지 마는지 저희들 끼리 떠들고
난리법석입니다. 필시 저녁식사는 팽개쳐 두고
숟가락 들고 장난질을 하고 있는가 보았습니다.
나가서 한소리 해야지요.
늘 하던 것인데도, 저 식사가 끝난 자릴 치우는게 끔찍했습니다.
저는 목이 입천장과 붙어 있지는 않나 싶을 만큼 부어서 물한모금 삼키는게
어려워 밥도 못 먹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곧 들어 온다는 남편의 말에 그냥 설거지고 뭐고, 청소고 뭐고, 다 두고
잠을 자버리기로 합니다. 평소에 집안일이라곤 거들떠 보지도 않은 남편이기에
걱정은 되지만 서두 어제는 정말 어쩔수가 없었지요.
겨울이불을 꺼내 덮고도 오한이 나서 떨고 있었던가 봅니다.
어느새 퇴근해온 남편이 보일러도 높이고 이불을 더 내려서 덮어 줍니다.
이를 딱딱 거리기 까지 하는, 저리 아픈적이 없는 아내가 불쌍했던지
서너개의 이불을 덮은 위로 자신의 몸까지 던져 감싸줍니다.
그래서 차분히 잠이 들수가 있었던듯 싶습니다.
목이 따끔거리는 기분나쁜 느낌만 빼고는 아주 잘잤더랍니다.
열에 달떠서 병원에 들렀습니다. 그냥 참자,수준을 넘었으니
이번만은 병원에 가잔 다짐을 전날밤에 했었지요.
진단결과 몸살감기에 편도선염인데 목이 양쪽이 다 부어서 염증이 심한
상태랍니다. 오래 갈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몸을 편히 쉬랍니다.
온 집안에 널린게 일인데 맘대로 쉴수 있을까 싶었는데
내몸이 말을 안들으니 집안일이고 뭐고 뒷전에 두고 말아 집디다.
약을 먹어서 그랬는지
열이 덜 떨어져서 그랬는지 하루종일 잠만 쏟아 졌지요.
밖은 하루종일 여름비가 쏟아지고 있었구요.
비를 맞고 올 아이 생각에 가물가물 잠속으로 빠지려는 나를 일으켜 세우기가
고역이었지만 끙끙대며 일어나 주섬주섬 우산을 챙기는데
아인 비를 맞고 집앞으로 뛰어 오고 있었습니다.
미안했는데, 집에 들어오자 마자 누워 있는 엄마 옆에 와서
귓속말을 합니다.
''엄마 미안해요. 내가 엄마한테 병을 옮겨서요.''
그말에 난 그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괜찮아''해놓고 아일 꼭 안아 줍니다.
오늘 아침엔 어제 하루종일 내린 비가 씻어준 세상이
맑게 다시 태어난 느낌입니다.
하늘이 파랗습니다. 그냥 파란하늘이 아니라 에메랄드빛 푸른하늘에
하얗게 뭉게구름이 떠있습니다. 파란하늘과 흰구름은 참으로 다정해 보입니다.
그아래 산능선은 오늘따라 선명하게 드러나 굽이쳐 흐르는 초록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늘이 맑고 깨끗하니 그 아래 놓여진 것들도 모두 하늘을 닮아 보이는
아침입니다.
맘껏 아파본 이틀을 보내고 나도 저 씻겨진 하늘과 산처럼
새로이 태어난 아침입니다. 모든것이 기쁨으로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모든 님들,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루 보내시길 바라며
상큼한 아침공기를 한웅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