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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노트에 독백- 사람 허파 터지는 꼴 보랴고 그랍니까?


BY 박 라일락 2003-06-26


    6월 22일.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짧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하지가 엊그제.
    날로 여름이 깊어 감이여.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동해안 쪽빛물결은 은빛너울이 되어 출렁이는 모습이 
    한결 아름답기만 하네요.
    벌써부터 우리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는 
    방안이 답답하다고 바깥자리를 찾습니다.
    어쩜..
    이 뇨자처럼 석탄 백탄 다 타는 심정이런가..싶기도 하고.
 
    며칠 전..
    주방 이모야 들. 
    작년에 사용하고 넣어 둔 
    대형파라솔과 둥근 탁자 그리고 의자들을 창고에서 모조리 내어 
    깨끗이 씻어 바닷가 쪽에 예쁜 자리를 만들었답니다.
    저녁상에는 앙증스럽기만 한 뚝배기에 
    라면을 보글보글 끊여서 김치를 곁들여 
    바닷가 파라솔 밑에서 먹으니 
    왠지 해질녘 소풍 나온 기분 같아서 
    맛이 한결 더 좋다고 하면 사탕발림소리 같으려니..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 맛 둘이 먹다 옆 사람 행방불명 되어도 모를 지경이었답니다.
 
    그런데...
    엊그제 저녁의 황홀했던 그 맛의 기분은 잠시..
    참 요상한 일이 우리 집에서 일어났답니다.
    아침에 이모야 들이 출근하면서 던지는 말..
    ''''사장언니. 울 집에 있던 대형파라솔 누가 밤사이 빌려 갔나요?''''
    ''''아니, 모르겠는데 와?''''
    ''''어머나 큰일났구먼. 
    모두 접어서 창고 앞에 가지런히 두었는데 새 것은 하나도 없어요.''''
    작년에 코카콜라 회사로부터 개당 60,000원씩 주고 새로 구입한 
    파라솔 6개만을 몽땅 다 가지고 가 버렸고 
    재작년에 쓰던 헌것 2개와 의자만 덩그렇게 남았으니.....쩝!.
    이걸 두고 도둑이라고 경찰서에 신고하기에는 뭐 하고..
    정말 세상에 별 희한한 것을 훔쳐 가는 인간도 다 있는 기라요.
    이 곳은 아직은 시골이라 
    해수로 10년 가까이 오랫동안 이 동네에서 살면서 
    이웃에 종종 좀도둑이 들어서 랑...
    푼돈은 없어졌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기물을 잃어보기는 처음이랍니다.
 
 
    하기 사..
    2년 전. 
    재작년에는 정성껏 다 키운 천둥오리 열 마리.
    시름시름 몽땅 다 훔쳐 가는 사건은 있었지만..
    후 후후...
    천둥오리 사건도 참 묘하지 럴...
    어느 날 
    나 자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어떤 마음인지는 모르겠는데
    집 앞이 바닷가라는 입지조건이 좋다는 생각에 천둥오리가 키우고 싶더라고요.
    겨울이 막 마무리하려고 하는 아주 이른 봄날..
    강구장날 아침 일찍... 
    나들이 해서 ''꺽 꺽 꺽''하고 우는 천둥오리새끼 열 마리를 사 왔답니다.
    물론 주방이모야 들한테 별짓 다한다고 눈치코치 다 듣고요.
    어린 오리가 헤엄 질 할 때까지 집을 만들어 주야 하기에
    싫다는 아들놈 억지로 꼬셔 야밤에 부둣가에 산적해 둔 
    소라(고동) 잡는 망 테두리 훔쳐 오는 스릴도 느끼면서 
    정말 정성 들여 1달 정도 키워드랍니다. 
    내 집 앞바다에 오리를 헤엄치기 시킬 때 그 기분도 묘하더라고요.
    저녁이면 오리떼가 디뚱디뚱..
    엉덩이를 흔들면서 집을 찾아오는 모양새도 신기하고...
    어른 오리가 되면서 밤이 되어도 자기 울에서 자지를 않고 
    모래사장에서 그대로 노숙을 하기에 편한 대로 살라고 
    그냥 내버려 두었지요.
    그런데 아침저녁 먹을 때가 되면 
    바다갈매기친구들을 데리고 와서랑 함께 사이좋게 먹더라고요.
    아 글쎄..
    부락(모래사장)에서 노숙하기 시작하구부터...
    하룻밤에 2마리 혹은 3마리씩..
    야밤에 오리가 사라지는 도둑을 맞는 기라요.
    우리는 물위에서 갈매기랑 함께 노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한 마리는커녕 반마라도 잡아 먹지 않는데 말입니다.
    물론 야밤에 아들놈과 교대로 경비도 서 보고 야단지랄 다 했지만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더니...
    오리도둑놈 잡기는커녕 
    도체 어떤 놈인지 얼굴 판때기 구경도 한번 못했답니다.
    이래 저래...
    그 해에 8 마리 도둑 맞고 2 마리만 남아서 
    그 추운 겨울을 잘 보내더니
    이듬해 봄에 2 마리 마져 누가 훌라당 훔쳐 가서 짭짭 한 기라요.
    심 봉사 뺑덕어멈한테 당한 것 비수 무리하게 결국엔 다 당하고 말았지요.
    틀림없는 이웃 사촌들이 한 짓인 줄 알고는 있지만...
    도둑을 앞으로 잡지 뒤로 잡지는 못하는 법.
    도둑님께서 꼭 히 몸 보신하고 싶어 먹겠다는데 어찌 당하리라..
    분하고 억울한 마음...
    남의 오리 잘 잡아 먹고 몸보신 잘 해라..하면서 속으로 꿀꺽 삼키고 말았답니다.
    그라고 다시 오리 키운다는 소리 입 밖에도 못 냈답니다. ㅎㅎㅎㅎㅎ.
 
  
  
  
    하지만..
    천둥오리 사건은 먹는 음식이기에 장난으로 잡아 갔다고 하더라도
    대형 파라솔은 배가 고파 꼭 먹어야 하는 음식도 아니고
    필요하다면 하나만 가지고 가던지..인정사정은 어찌 눈꼽만큼도 없을꼬..
    여름 태양이 싫으면 자기 안방에서 낮잠이나 뒤비저 잘 것이지..
    계획적으로 남의 물건 다 가지고 갔으니 도둑놈의 소행으로 볼 수 밖에..
    어떤 놈의 짓인지 몰라도 틀림없이 우리 집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일터..
    아직은 오리무중입니다.
 
    언제 날 받아서 
    이 지방 영덕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고추가루 점쟁이 함 찾아 가 봐야겠습니다.
    잃어버린 대형 파라솔 행방을 찾으려고..
    뭐...뭐라고요?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요?
    복채 값으로 팥 빙수나 사 먹고 열불 난 마음이나 주저 앉히려고요?
    허 참...
    이 사람 허파 터지는 꼴 보려고 그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