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카카를 아시나요. 아침에 티티카카를 만났습니다.
단지 세상에서 제일 높은 호수라는 말만으로도 충분히 저를 감동하게 만들고 말았던 호수의 사진아래 이렇게 적혀있지 않겠습니까.
''''''''엄마, 티티카카야,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호수야. 아름답지. 나 지금 여기 수영하러 갈거야.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에서 수영해본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구 해. 난 지금 행복해. 엄마에게도 이 행복 주고 싶어. ''''''''
이 메세지는 요즘 시험공부때문에 연일 밤샘공부를 하고 있던 딸아이가 지난 밤 엄마를 위해 마련한 것이랍니다. 잠도 많이 못자고 아침도 늘 허겁지겁 몇 숟가락 뜨다 말고 쫓아가던 아이가 이런 여유를 부렸군요. 늘 엄마가 힘들어서 어떡하느냐고 엄마걱정이 앞서는 아이랍니다. 가끔 아이는 이렇게 깜짝 쇼로 엄마를 행복하게 합니다. 아이는 몸을 새우처럼 꼬부린채로 단잠에 빠져있습니다. 잠옷도 입지 않은채로 공부하다 잠자리에 들었나 봅니다. 아이가 많이 안스럽습니다. 아이에게 이불을 당겨 덮어줍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티티카카.
나는 이 아침 내 안에 티티카카를 들여 놓습니다.
호수의 맑은 물로 몸과 마음을 닦아 봅니다. 잠시 등짐도 벗어놓는 여유를 부려봅니다.
누구나 한가지씩 안고 살아가야 하는 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짐의 경중은 사람마다 다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삶 그 자체가 짐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름다운 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내가 받아들여야 할 짐이라면 소중한 보물을 안듯 껴안아야하지 않을까요. 그것만이 삶을 아름답게 만들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어쩌지 못해 간신히 받아들여야 하는 짐은 나를 무너뜨릴 수 있으나 온 몸을 열어 짐과 하나가 되어본다면 그것은 더 이상 내게 짐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게 하는 소중한 뿌리가 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루이제 린저라는 독일 작가가 쓴 ''''''''생의 한가운데''''''''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제가 여중생이었을때 읽고 또 읽고 두고두고 살아가는 일이 권태롭거나 힘이 들때 읽었던 소설이었지요.
그 소설속에는 니나라는 아주 독특한 여자가 나옵니다. 그 여자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생의 한가운데에는 바람이 미치지 못하는 피풍지대가 있다구요. 그 피풍지대는 오직 태풍같은 생의 한가운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그 여자는 또 말하지요. 화가이면서 그림을 그리지 않는 그녀가 싫다구요. 전 늘 그 여자를 잊지 않고 삽니다.
티티카카는 이제 나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내 안으로 물이랑지는 호수의 잔물결소리가 들립니다. 누구든 티티카카에서는 혼자여야 합니다. 진정 혼자여야 합니다. 그래야 호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늘 아래 첫 호수 티티카카.
누구든 호수가에 다다를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호수와 한 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여러분의 티티카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