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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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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냄새랄까...


BY lws6110 2003-06-26

오늘 아침엔 유난히 우리집 전화벨소리가 잦게 들린다
아무래도 부산에 살고 계시는 손윗 동서 두분끼리
작은 오해들이 생겼나부다
사람이 살아가는게 다 그런거다 싶으면서도...
난 네 동서중 막내...
거슬러 올라가보면...
처음에 시집이라고 오니...
시 어른들이 다들 돌아 가시고 안계신터라..
서로 어른하시고 싶어 하시던 형님들께서...
하루도 걸러지 않고 전화가 걸려와서 간섭...
그리고 둘째 셋째 동서는 한 동네서 가까이 살고 계시니..
두분 동서 입을 맞춰가며 밤이면 큰 동서한테 전화기에 대고 흉을 잡고..
결혼이란 것에 회의를 느낄 정도였다


이혼을 할려구 생각을 하다가도..
지역에서 유지로 계시는 친정 아버님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수도 없었다
그래도 주위 동네 어른분들..그리고 이웃 아줌마들..
위로해주시는 말씀에 난 힘을 얻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원래 내 성격은 인사성도 밝고 명랑하고...
그래서인지 집안 사람들은 날 잡고 뜯었지만
동내 어른들이나 할머니들은 인사성 밝다고 좋아들 해 주셨다


심지어는 임신을 해서 노랗게 뜬 얼굴로
음식을 전혀 입에 들이지 못했고..
심지어는 냉수 한그릇도 받아 들이지 않는 내 속을 원망하며 지내고 있을때..
동네 어른들은 날 보고" 몸이 달라졌구나"라고 하셨지만...
전혀 눈치도 못챈 형님들은 젊은 사람이 병자냐구..
그 말을 들었을땐 정말 이렇게 내가 꼭 살아야 하는 생각에..
얼마나 울었는지....


배가 불러와서 산달이 20여일 남앗는데...
큰 동서댁에 큰 딸 결혼식이 다가왔다
큰동서 나이가 시어머니 뻘이었으니..
막내인 나를 식모처럼 부리던 형님인지라..
배가 불러 앉고 서고도 불편했는데..
50평아리 아파트를 퐁퐁 풀어 깨끗이 닦아내라시며 자기들은 시장을 가버리구..
그동안 십수년을 잘 사용하던 소쿠리들...심지어는 전선들까지..
때가 꼬작 꼬작한것들을 내 놓으시며 깨끗이 닦으라시던 형님...
대추를 한대 불려 돌려 깎기를 해야하는데..
그런것까지도 다 내차지..
그 당시엔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손위 동서가 무슨 벼슬자리인가 하구...


임신 9개월이 다 되어도 몸이 붓진 않앗는데..
그렇게 난 보름동안을 동서집에서 결혼식이 끝나는날까지 지내면서 일을 도우고나니...
몸도 조금 붓고 손과 발이 제법 많이 부어 올랐다
나중에 산부인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혼이 났을정도이니...
애기를 낳을 사람이 왜 이렇게 되어서 오느냐구...


남편은 우리집에서 혼자 밥해먹고 다니구..
동네 주위분들은 날부며 바보짓 한다고 그러지 말라고 하셨지만...
난 언젠가는 내 자존심을 세울날이 있으리라 마음을 먹고
지금 이렇게 내 자리를 닦아 놓고 말겠다는 각오로 그렇게 ...


"5년만 지나봐라
내가 그때까지만 말없이 참고 지내주마"


이렇게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내색않고 살았다
그렇게 조용히 3 여년을 살아왔다
내가 입을 다물고 시키는대로 잘 하며 살고 있으니...
이젠 윗동서 자기들끼리 돌아서서 내게 서로 흉을 보고..
하지만 난 절대 말을 섞지 않았다
내 앞에서 다른 사람 흉을 보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내 흉을 보는것은 뻔한 위치라는걸 난 잘알고 있기에...
가끔 한번씩 좋은 말만 답을 해 주곤 했다.


이제 그런 이야기들도 다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으니..
언젠가부터 내게 손을 뻗쳐 오시는 걸 느꼈다
요즘은 가끔 내가 어른된 기분이랄까..후후
사실 나 자신을 스스로 생각할때는 너무도 철이없고
바보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형님들 눈에는 그래도 내가 제법 똘똘해 보였나 보다
이제 결혼한지도 어언 17년이라.....
3년을 동서들 시집살이에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나의 다짐...
난 절대 말을 섞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러기를 3년이 지나자...
그때부터 차츰 다가오는 형님들...
그동안의 믿음이 쌓여간 모양이었다
아~
이런게 시집이란건가 생각을 하면서도
잘해주시는 형님들인데도...
마음 한켠엔 언제나 콘크리트 벽보다도 더 단단한 벽이 가로 놓여 있음을...
그렇지만 이제 그런것들도 다 세월을 접고 사라졌다.
그런 형님들도 가끔은 그립기도 하고...
사람사는 냄새거니 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빵 형님이랑 둘째 형님이 돌아가며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하는 말씀들을 다 듣고
두분께 모두 마음을 달래드렸다
두분 다 나쁜 사람이라 그런일이 생긴게 아니란걸 난 알고 있다
행여라도 두분 사이에 금이라도 갈까 걱정이다
하지만 주위에 우리가 있으니...그렇게 되도록 둘순 없지...
중용을 취할줄 아는 사람이라고 자청하는 나이기에...
우리와 함께 노력을 한다면..
아마도 곧 오해도 풀고 마음도 풀고 좋은 소식이 오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암튼 그런 문제로 오늘 오전에는 게으름 아님 게으름을 피우게 되어..
이제 겨우 청소를 끝내구 나니 12시가 넘지 뭔가..


이런게 사람 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한번 쏟아내면 주어 담을수 없는말...
남이 들어서 즐거운 말...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
좋은 말만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 다시한번 마음을 다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