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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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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없는 인연의 고리


BY 라니 2003-06-25

 

 

매일 아침 탄천을 걷다보면 어느순간  얼마전 새로지은 고층 아파트가 내 앞을 떡하니 가로막아 선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고층 대형 아파트의 수많은 베란다 창을 바라보며

바로 옆 그 그늘에 가려져 햇빛 한점 비추지않는 십여년전에 지어진 소형 아파트 단지가 초라해보여 두개의 삶이 비교되어진다.

우리의 삶에는 이처럼 어느곳에서나 명암이, 희비가 교차되는것같다.

며칠전 둘째 여동생네의 집들이...

아버지를 뺀 모든식구가 실로 반년만에 한 밥상에 모여 앉았다.

그동안 아픈 아버지를 병실에 두고 저희들끼리 하하호호 맛난 음식 먹으며 재미나게 살기란 참으로 사람의 도리가 아닌것같아 아예 모이지를 않았었는지라

동생네의 집들이를 핑계삼은 오랫만의 해후는 한 핏줄의 끈끈한 정을 담뿍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속에 맛갈스런 음식을 앞에두고 엄마는 목이 메이시는 눈치다.

남편을 병실에 홀로 남겨둔채, 간병인의 손에 맡겨둔채 지금 따스한 밥을 목구멍에 떠 넣어야하는 아내의 심정은 아무도 모르리라.

이제 아버지의 부재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니 엄마는 가슴이 뻥 뚫려 쓸쓸 하셨으리라.

동생들은 반년만의 사람다운 삶을 반기며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는데 난 자꾸 엄마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

언제쯤 눈물바람을 할까...

나도 목이 메인다.

엄마는 끝내 잘 참으시고 오히려 40이 훌쩍 넘어가는 자식들의 건강을 염려하시느라 이런저런 조언을 하신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큰 올케...

시아버지 병수발을 하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채 얼마나 힘들게 갈등의 세월을 살아내고 있을까?

마음이 아프다.

한창 입덧중인 둘째 올케...

첫아이 가진 기쁨도 조심스러워 하며 행복을 살짝 숨겨둬야 하니 참으로 미안하다.

같은 여자로써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며 인간관계의 고리를 생각해본다.

어쩔수 없는 인연의 고리를.......

신은 인간에게 감내할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주신다 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법.

아버지 살아생전 헌신적인 엄마의 보살핌은 눈물겹다.

큰올케, 작은올케의 맘고생 또한 가슴아프다.

엄마와 두 올케의  한숨은  아버지의  생명줄이  되어 돌아오니 인생사 어쩔수없는 희비 쌍곡선이리라.

아버지 가시는 날까지 모두들 포기하지 말고 아버지가 행복한 모습으로 우리곁을 떠나실수 있도록 인연의 끈을 꼭 잡아 드렸으면 좋겠다.

언젠가 그날이 오면

모두들 웃으면서 아버지를 회상할수 있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