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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57

언젠가는 내가 죽어람 죽는 시늉도 하겠지.


BY 나의복숭 2000-10-19

모처럼 이것 저것 살꺼하고, 김치거리 산다고 이마트를 갔다왔다.
요새 치매끼가 중증이라 메모지에 일일히 적어서 체크를 해가면서
사온다고 했는데도 짐을 내려보니 빠트린게 있었다.
김치 담글때 넣는 까나리 액젓였다.
할수없이 동네 슈퍼엘 가서 1병을 사고 오다 보니까
어느집앞 모퉁이에서 할머니 서너명이 앉아서
열심히 동양화(?)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난 길가다가 할며니를 보면 시골에 계시는 울 엄마 생각이 나서
그냥 못 지나친다. 마침 아는 할머니가 계셔서 웃으면서
인사하고 가만히 보니까 할머니들답잖게 민화토를 치는게 아니고
점 10원짜리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신식 할머니들이네...
근데 내가 아는 할머니가 앞에 먹을게 있는데도 잘 안보이는지
머뭇머뭇 하는게 아닌가. 그래 애가 타서 그 옆에 앉아서
"아이구 할머니. 밑에 똥 안보이세요? 빨리 똥부터 묵고 피 가져 오시이소"
그래도 내 말이 빨라선지 잘 못알아듣는 할머니라 내가 아예
똥 쌍피를 빼서 바닥에 탁 치면서
"요기 똥 있는데 왜 빨리 안무거요? 이럴때는 똥부터 빨리 무거야돼요"
했드니 목소리가 너무 크서인지 지나가든 아저씨가 웃고 가고....

옆의 한 할머니가 약이 오르는지
"색씨가 뭔데 참견해. 5점져서 50원 나갔다. 인제 가만있어" 그런다.
엥? 나보고 색씨라니....
8순 할머니 눈엔 나이묵어 한물간 나도 색씨로 보이남? 히히.
난 무지 기분이 좋아저셔
"에구 그라믄 그 50원 내가 다 드릴께요"
그리고선 동전 지갑에서 10원짜리 꺼집어내어 갈라 드렸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할머니들끼리 돈 10원가지고 쌈하고
삐치시고 하는게 꼭 애들처럼 무지 재밋다.

그때쯤은 까나리 액젓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나도 고도리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낮익은 차가 빵빵 거리며 지나가길레 힐껏 쳐다봤드니
아이구 옴마야. 울 남편이다.
울 남편 길에서 여자들끼리 수다뜨는거 젤 싫어하고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거 또 무지 싫어하는데 내가 훈수뜨는거
본거 아닌가 몰겠다. 그래 헉헉 대면서 쫓아 왔드니
아니나 다를까
"자알 한다. 그리도 할일없냐?"
대문 따고 들가자 마자 빈정거렸다.
"할머니들 걍 노는거 봤다. 내 미래상이잖아"
"체통 좀 지켜라. 너 아는 사람이 뭐라 하겠어?"
"체통이 밥 미겨주나?"
그러다가 또 옥신각신. 주거니 받거니 쌈 1초전.
결론은 내 말 한마디에 끝이 났다
"아이구 알았심다. 잘 났어요. 통과"

세상에 요샌 나이들수록 男子들이 마누라한테 점점 작아지고
마누라가 죽으람 죽는시늉도 한다든데 이 남자는 도데체 우째된
사람인지, 뭘 믿고 저러는지. 갈수록 기는 더 펄펄 살고
더 큰소리를 치니 원....
귓속말: 진짜 더러버서 몬살겠다.
내가 뭐 보따리 싸기 싫어 안싸는줄 아남?
여태 별볼일 없이 살아온게 어굴해서 못싸지.

실제로 그렇다.
재수없는 과부는 엎어져도 자갈밭에 엎어진다고 내가 싫컨
고생하면서 살다가 보따리 싸고 빠이빠이 한 그 이튼날
밉다고 울 남편이 20억 짜리 복권이 터억 당첨되면 진짜로
어굴해서 우짤까나?
또 혹 아나?
내 나가고 나서 어떤 눈에 박꽃핀 여자가 울 남편 좋다고
들어와 알콩달콩 살찌.....내보다 더 메주고 내보다 더 나이먹었슴
덜 어굴하겠지만 안그러면 그 꼴 눈에 불나서 도저히
못볼것 같다.
그러니 죽어나 사나 저 남자하고 살아야 한다.
설마 늙고 힘없으면 나한테 슬슬 기겠지.
죽어람 죽는 시늉도 하겠지. <----요 희망을 갖고 사는 나. 바부팅.


꼬랑지: 아이구 제글에 답변주시는 님들
무지 고맙습니다.
한분 한분께 인사 못드려서 정말 죄송하네요.
별볼일 없는 제글 잘 읽어주시니
너무 저혼자 도배한거 같아 죄송스런 맘이
조금 괜찮아진답니다.
앞으로도 많은 격려 부탁드릴께요.
그래야 제가 뽀빠이처럼 힘이 나서 자꾸 올리죠. 하하.
항상 건강하시고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안녕히.
나의복숭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