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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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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21) *핸드백폰 *


BY 쟈스민 2001-09-15

얼마전의 일이다.

근무시간중이던 나는 우연히 아는 분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예기치 않게 일어난 일이라 급하게 나가다 보니 핸드폰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나갔다.


하루 종일 사무실내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낮시간동안에는

실내에서 울리는 핸드폰 소음이 자칫 다른이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곧잘 핸드폰을 핸드백에 넣어두곤 한다.

나를 아는 이들은 거의 가 사무실 직통 전화를 이용하면 되는

이유로.....


가뜩이나 약간의 건망증도 있는 내가 갑자기 나가다 보니

눈에 띄지 않는 핸드폰을 못챙긴 게 그날의 실수에 결정적인 역할

을 하지 않았나 싶다.


금방 들어오려는 생각으로 옆에 있는 직원에게도 별이야기를 하지 않

고 갔던 탓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했었는데 생각보다 이야기

가 길어지고 있었다.

이야기 도중에 사무실로 전화라도 했어야 했는데.....

뭐 그리 바쁜일도 없는 것 같아 느긋한 마음으로 손님을 보내고 자리

로 돌아와 보니 동료들의 얼굴이 온통 나에게로 시선 십중(?)이 ....

심상치가 않은 게 무슨일이 있지 싶어 나는 그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웃는 모습으로 나를 보시고는 어디 갔었냐고.....

실종된 줄 알았다고....

하시는 우리 과장님 나를 애타게 찾으신 눈치 ......

쥐구멍이 어디라냐..... 에구구구(?)


미안스러워 그때 당시에는 자초지종(?) 조차 물을 수 없어서 퇴근시

간 때까지 그냥 자리 지키기에 급급했었다.


정말 평소에 자리 잘 지키기로 소문난 여자가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정말이지 핸드폰이라도 갖고 갔었다면 아무일도 없었을

것을 .....


나 하나로 인하여 사무실에 일고 있었을 한바탕(?) 일대 소동을 생각

하니 마구 마구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들기가 버거웠다.

평상시 쌓아놓은 이미지 때문에 그럭 저럭 넘어가긴 하였는데

한참을 지나놓고도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여기 저기서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가

자주 나에겐 소음으로 들리고 있었음에

곧잘 핸드백폰이 되어버리곤 하는

나의 핸드폰이 그날따라 나에게 평소에 자신을 무시한 벌을 톡톡히

주고 있는 듯 했다.

하긴 핸드폰 잘 안받는다고 남편의 화를 종종 돋구는 나였지만......


살다보면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일들이 있는 것 처럼

예기치 않게 사람이 그 자리에 꼭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걸

한번쯤 되뇌여 보게 되었다.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되는 일들이 때때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의 일을 일어나게 할 수도 있다니.....

한참을 지난 지금에도 웃음이 난다.

내가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나를 찾아서 다들 난리가 났다고

하니..... 나 찾느라고 수고한 이들에게 그저 미안해서 영 얼굴부딪기

가 껄끄러웠다.


오늘부터라도 난 남편이 늘 말하던 핸드백폰이 아닌

나의 핸드폰을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겠다.

개목걸이 같은 느낌이 들거나 말거나......

시끄러운 소음이 나거나 말거나.....

내가 자유롭고 싶어서 다른 이들의 가슴을 애타게 만드는 일은

이젠 없어야겠지.....

손에다 무얼 들고 다니는 일을 싫어하는 내가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뭏튼 노력해야지 싶다.

핸드백이 없이도 폰이 되어야 할때가

살다보면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