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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20) *그와 나의 자리*


BY 쟈스민 2001-09-14

간밤에 내린 빗방울들이
차창에 대롱 대롱 매달려 있고
어둑한 하늘이 또 하루를 열어줍니다.

아침공기가 어제와는 완연히 다른 게
느껴져서 오늘은 아이들에게도
긴소매옷을 입혀 줍니다.

어느새 새벽공기는
보드라운 누비솜이불과 사람을
친하게 만듭니다.

간 밤에는 비어 있는 옆자리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과 내가 깔깔한 입에다
따뜻한 국에 만 밥한술을 뜨는 아침까지도
남편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일 때문에 용인에 가게 되었다고 한
남편은 새벽에라도 오겠다고 하였는데
미처 오질 못하였나 봅니다.

간밤에는 잠든 옆자리가 허전하여
몇번씩 눈을 떠야 했지요.
코고는 소리로 간간히 나의 잠을 설치게
한다고 내게 잔소리를 듣는 남편이 없으니
영 깊은 잠에 빠지질 못하였나 봅니다.

빠른 손놀림으로 아침설겆이를 하면서....
아이들방을 치우면서.....
밀리는 차들의 행렬을 빠져나오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남편을 궁금해 합니다.

가족이란 건
그런건가봐요.

늘 옆에 있을 땐 시큰둥해 하다가도
하루라도 옆에 없으면 이처럼
또다른 허전함으로 자리잡고 있는......

내가 없는 낮시간에 남편이 혹여 피곤한
출장길에서 잠시 집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유로이 밥을 해 두고
잘 보이는 곳에 국냄비를 놓아 둡니다.

나는 또 나의 자리를 채우며
하루를 살기 위하여 분주한 걸음을 하고
나의 친구와 함께 길을 떠나야 하니까요.

바라보기만 하여도 커피향이 날 것만 같은
잔에다 엷은 커피를 타서 손을 대니
따뜻한 온기가 전해옵니다.

커피 한잔에 녹아있는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외의 사람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슴한구석을 늘 비워놓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몇번의 통화시도 끝에 남편의 목소리를
겨우 들어보고는
열심히 사느라고 힘든 그에게 격려를 주고
싶어집니다.

그래요.....
열심히 살 수 있는 시간이
지금 우리 앞에 주어져 있는
우리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인데요....
조금쯤 피로해도 우린 아직 젊으니까
모두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 힘을 모두어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도 모르지요.
지금 우리는
그리 살아야 해요......

오늘은 또 다른 하나의 길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날 보다 일찍 나의 자리에 앉을 수가 있어서
부지런한 내가 된 듯 하여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열 수가 있었지요.

항상 남들 보다 한발 앞서 간다는
마음으로 자신을 추스리며
오늘도 내 삶의 한 페이지에
정성을 다하고 싶어집니다.

조금은 사람을 딱딱하게 만드는
지금의 이 자리
내가 있는 자리가
가끔씩은 지루함으로 남긴 하지만
오늘 나는 나의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세상이 아무리 어수선하다 하여도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켜내는 일이
저마다의 삶을 아름답게 메만지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나 그자리에서
있는듯 없는 듯 하지만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으로
나는 그리 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