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14

나는 행복하였다.


BY ns05030414 2001-09-12

폐의 일부를 도려 내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였다.
요즘 의술로 이런 정도는 어려울 게 없다 한다.
환자인 나로서는 가벼운 수술을 받다 죽는 사람도 있으므로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을 생각하니 살아 온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다 읽은 책을 뒤적이듯 이 갈피 저 갈피 대충 대충 살펴 본다.
그리고 중요한 대목은 곰곰 곱 씹어 본다.
대 부분 내 멋대로 잘 난 체하고 고집 피우며 살았음을 발견하고 웃는다.
고집쟁이 막내 딸에게 일찌감치 중 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는 "네 멋대로 하라"고 삶의 고삐를 내 손에 던져 주셨다.
"나도 어지간히 고집 센 사람인데 너에겐 손 발 다 들었다"며.
엉뚱하게도 여고 시절 내 꿈은 거지가 되는 것이었다.
세상의 권위나 체면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열망과 함께.

삶에는 많은 갈림길이 있었고 선택을 해야만 했다.
갈림길에 서면 이성보다는 감성을 앞 세웠다.
몸의 편안함 보다는 마음의 편안함이 우선이었다.
다른 사람의 가치 기준 보다는 내 가치 기준이 우선이었다.
다른 사람이 무어라하건 내 마음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라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골 백 번 그 자리에 다시 서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므로.

당연히 그 삶이 탄탄대로 만을 달리지는 않았다.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적도 있었다.
실제로 두 번은 죽겠다고 약을 먹어 앰블런스와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 되 돌아 보면서 감히 행복하였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므로.
세상의 그 어떤 가치 기준도 날 구속하지는 못 하였다.
오직 내 가치 기준의 구속을 받았을 뿐.
그래서 나는 감히 말 하고 싶다.
내 영혼은 자유로웠다고.
그리고 난 행복하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