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있는 집에서 엄마가 샤워하고 옷을 벗고 집안을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97

조미 할머니 (상)


BY [리 본] 2003-06-12


영화 벤허를 보면 벤허가 노예가되어 끌려갈때 
어느 사막인가 고개를 넘는 장면이 나온다.
갈증이 극도에 달해 입술이 허옇게 쩍쩍 말라 붙고...
감시인이 물을 주려다 약올리며 다시 빼앗는 장면과
어떤 젊은이가 기갈이 심한 벤허에게 물한모금을 적셔준다.
그분이 예수님이였던것 같다.
그때... 벤허가 고마워하던 그장면은 평생 못잊을 감동으로 남아있다.
내가 물 한모금이 절실히 필요했을 때 감로수를 건네준 은인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83년 5월3일날 근화동 춘천 근화동 미군부대 철망이 늘비한 동네로 이사를 왔다.
우리가 이사하고 사흘째 되던날 
중공민항기가 춘천 켐페이지 미군부대로 불시착한 사건이 있어 날짜를 정확히 기억한다.

작은아이 복중에 있고 큰아이가 4살인 5월 5일 어린이날....
갑자기 싸이렌이 불고 동네가 시끌벅쩍하더니 
중국비행기가 미군부대안으로 착륙했다는 것이었다.
예나지나 호기심이 많던 나는 큰아이를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미군부대 철조망 가까이에서
중국사람들은 어찌 생겼는지 보고 싶었다.
사람들은 전부 비행기안에서 나오지 않았고 커다란 비행기만 공룡처럼 버티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고...
방송국의 기자들이 가겟집 옥상에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야단법석들을 떨었다.
그런 이상한 일들을 맞으면서 근화동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가 이사간 집은 오래된 구옥 단독주택이였다.
한지붕 세가족이 살았는데
우리 세식구와 문간방엔 미군부대 군속이신 아저씨가 혼자 사셨고
우리 옆방에는 아줌마는 우유배달 하시고 아저씨는 운전을 버스운전을 하시는 
아이들이 다섯이나 되는분들이 살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집 앞에는 춘천일대에서도 꽤 이름있는 두부공장이 있었다.
주인내외분은 쉰이 훨씬 넘은 충청도분들이셨는데 심성이 좋으신 분들이었다.
듣는 이야기론 몇십년전 춘천땅에 오셔서 자리 잡으실 때 
남의집 개숫물통에 있는 배추조각도 건져드실 정도로 고생고생 이루 말할 수 없이 하신 분들이라고....
우리 아들 성휘가 두부공장 할아버지한테 달려가 인사를하면 
아이의 손에 백원짜리 한닢을 쥐여주셨다. 
그러시면서 나를 보고 말없이 싱긋 웃으시며
"집은 어찌 아이 교육을 잘 시켰수... 어찌나 인사를 잘하는지...." 
귀엽다고 덕담 한마디씩 꼭 건네 주셨다.
여름엔 미쳐 다 팔지 못한 두부를 노다지 얻어먹었다.
두부공장 바깥채에 세들어 사는 소영이 엄마나 한수 엄마가 
우리집 울안에다 소리친다
"성휘야~ 두부 공장에서 두부 가지러 오래~" 그러면 양푼하나 들고 두부공장에 가서 
조금 쉴락말락한 두부를 얻어다 튀겨서 졸이고 찌개도 만들고 원없이 먹었다.
여름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침에 만든 두부가 오후가 되면 변질되기 다반사였다.
아주머니 병이 깊으신지 바깥출입 거의 안하시고 
일찍 시집간 딸이 친정에서 이왈저왈하며 가사일을 돌보는 것 같았다.
두부공장의 딸은 나보다 대여섯 살 어렸는데 그녀의 딸은 우리 성휘랑 동갑이였다.
그아이의 이름이 조미였는데 그래서 우리는 두부공장 아줌마를 조미 할머니라고 불렀다.



덧글:내일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