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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 2003-06-11




나는..
 
이렇게 게으른데
세상은 참 부지런도 하다.

아카시아 꽃 만발한 앞산
오르려 했는데 벌써 지고 말고..

세월은 뭐가 그리 급한지 
게으른 나를 기다려주지도 않네.

우뢰와 같은 기립박수를 쳐도
앵콜공연없이 매몰차게 가버리는..

야속한 세월의 뒷모습이여..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세상은 불빛으로 눈부시고
밤하늘엔 별빛으로 눈부시고

눈부신 내모습은 
그저 빛바랜 추억속에만 존재할뿐..

지금 이 현실에서 
불려지는 내이름은
언제나 날 늘 바쁘게 하지..

혼자 멍하니 있으면
아이들은 묻곤 하지

엄마아퍼?

혼자 멍하니 있으면
남편은 묻곤 하지

고민있어?

난 그렇게 
아프지않아도
고민이 없어도 
멍하게 있을수도 없네..

이젠 난 그런 존재인가 보다

늘 그 무언가에 바쁜 존재로
인식되어버린 엄마와 아내로..

아..이젠
아이들앞에선
남편앞에선

혼자 멍하게 앉아있으면 안돼는구나..

엄마이기에
아내이기에

얘들아~
엄마도 예전엔 엄마가 아니었어~

그냥 나..
나 였었단다..

그래서 그땐
쉽게 혼자가 되곤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시누가 되고..

세상에나
내 이름이 이렇게 많아지다니..

그러고보니 세월이란 놈은 
참으로 재주도 좋네

이렇게 많은 이름을 내게 안겨주고..

혼자 조용히 즐겨오는 
이곳 사이버공간에서도 나를

대한민국의 힘있는 아줌마라고 부르니..

사이버에서도 이름이 또 있네.

나.. 

그 예전엔..

대한민국의 힘없는 아가씨였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