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서둘러서 일찍 길을 떠났습니다, 지난번 면회갈 때도 길을 몰라 헤매고 헤매서 늦게 도착했었는데,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안 하려고 고속도로로만 갔는데도 어느 한 순간 , 방향을 잘못 잡아 빙빙 도는 바람에 계산된 시간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답니다.
서두르다보니, 실수가 생겼습니다.
"초청장" 을 꼭 가지고 오라고, 아들이 편지에다 몇 번씩이나 당부를 했건만 우리 부부는 서로가 잘 챙겼겠지 하는 믿는 맘으로 ,챙겨오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되돌아갈 수도 없고 ,"걱정반 .. 어떻게 되겠지 "하는 배짱 반으로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11시 30분까지만 입장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 계속 시계만 봅니다.
아들은 빨리 와야 일찍 내무반에서 나올 수 있다고. 엄마가 늦게 오면 올 때
까지 내무반 청소하고 있어야 한다고 빨리 오라 소리를 거듭거듭 당부했지만, 서둘러서 왔어도 간당간당 11시입니다.
출입증이 없어서 차는 주춤주춤 부대입구에다 세워놓고, 용감한 아줌마가
부대로 들어가 계급이 높아 보이는 분한테 얘기를 해 봅니다.
소속과 관등성명만 대면 통과할 수 있다는 말에, 세워놓은 차를 향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부대 안으로 들어가면 7중대 8중대 9중대..
중대별로 책상하나씩 놓고 교육생 ***한테 몇 명이 들어왔나 명수를 세서 적어놓고. 내무반으로 전화를 걸어서 면회온 순서대로 불러냅니다.
친절하게도 그늘에서 기다리라고 합니다.
따가운 햇볕아래서는 기달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아니 어쩌면 잠시의 시간이 그리 지루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명이서 발 맞추어 아들이 나타났습니다.
가슴에는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한아름 안은 채...
이 장미 꽃다발은 자신들이 단체로 만원씩 주고 맞췄다고 합니다.
꽃값인지 꼴값인지... 어느 꽃집인지 장사한번 잘 했습니다.
엄마가 먼저 손짓을 해서 보일텐데도, 눈동자도 안 돌리고 부대장 앞으로 가서 신고를 합니다. 충성! 소리도 요란하게 거수 경례를 한 다음에
관등 성명을 대고 무슨 말인가를 들은 다음에 엄마 앞으로 옵니다.
사각형의 네모 번듯한 가방도 들었습니다.
아들 말대로 간부가 된 듯 합니다.
준비해 가지고간 점심보퉁이가 서너 개 됩니다.
작은 아이스박스 ,휴대용 가스 렌지 하나. 그리고 두어가지 그릇이 담긴 봉투하고, 야외용 돗자리까지 세 식구가 나누어 들고는 ,지난번 면회 때 와서 먹던 곳으로 낯설지 않게 걸어갑니다.
평평한 곳에 자리를 깔고 주섬주섬 점심을 차리지만, 아들은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권해보니, 군에서도 잘 먹는다고 합니다.
어떤 때는 너무 먹으라고 해서 힘들다고도 합니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 같습니다.
점심 먹고 시간이 조금 남았길래, 잠시 누우며 너도 누우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군인은 절대 누우면 안 된다고 펄쩍 뜁니다.
부모들은 계백 관으로 가서 홍보영화를 보라고 데리고 가고,
아이들은 총 연습을 하는지 모이라고 합니다.
가기 전에 자기는 가로로8번 줄에 세로로5번째 서있으니 ,나중에 부모가 뺏지 달아주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잘 찾아오라고 신신당부하며 뛰어갑니다, 가로로8번 세로로5번..잊어버릴까봐 잘 외워봅니다
날씨는 어찌나 뜨겁던지..그늘 한 점이 없습니다.
아들이 들고 다니던 장미꽃다발은 시들어져서 축 늘어졌습니다.
계백관입구에 물먹는 곳이 있어서 찬물을 한 컵 따라서 꽃에다 뿌려줍니다
부모들이 주섬주섬 ,일찍 온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앉고, 늦게 온 사람들은 뙤약볕아래 앉아서 아이들이 나오길 기다립니다.
부산에서 왔는지 허겁지겁 들어와서 너무 멀어서 찾느라고 시껍했다며,
부부가 비지땀을 닦아가며 숨을 몰아쉽니다.
이윽고 군악대도 도착하고 학교장도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열 맞추어 들어옵니다.
입교할 때는 사백 명이 훨씬 넘었다는데. 힘들어서 도중하차하거나 훈련중 부상당해서 유급이 된 사람을 제외하고는 삼백 명이 조금 넘는 숫자가
오늘 임명장을 받는다고 합니다.
양팔 벌려 간격으로 풀 먹은 바지처럼 빳빳하게 서 있습니다.
1. 2. 3. 등은 나와서 상을 받기도 합니다.
학교 교가인지, 알 수 없는 노래도 두어곡 부르고 나서 학교장 말씀이 있습니다. 군인이라 그런지 할말만 딱 하고 끝냅니다,
부사관 뺏지를 다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미리 군복 칼라에는 달기 쉽도록 구멍까지 뚫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왼쪽은 아빠가. 오른쪽은 엄마가 달으라고 귀뜸을 합니다.
뺏지를 달아주니 "하사 *** 아버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목청도 커다랗게 인사를 하는데 ,한두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삼백명이 넘는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니 운동장이 떠나가는 것 같습니다.
시들시들한 장미꽃을 가슴에 안겨주고 사진을 찍어줍니다.
더러 몇 명은 부모님이 안 오셨는지,부대장님들이나 여러 군 관계자들이 뛰어다니며 부모 역할을 해주느라 바쁩니다.
자랑스런 아들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텐데, 보이지 못한 아들 맘이나,
오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생각하니 공연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잠시 시간을 주어 동료간에도 사진을 찍기도 하고 가족간에도 사진을 찍습니다.
훈련 받을 때 죽어도 보지 않을 것 같던, 괴롭히던 상사나 조교들도 이날만큼은 친한 친구처럼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다정스레 팔짱을 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한짐되는 보따리를 차에다 실으면서, 자대 배치를 받았다고 합니다 .
멀리 강원도나 ,힘들다는 백골부대, 또 알 수 없는 곳으로 배치를 받았으면 어쩌나 하는 맘으로 물어보니..서울 근교라고 합니다.
너무 가까운 서울 근교라니, 자주 나와서 돈이나 풍풍 쓸까봐 미리 걱정이 앞섭니다,
아들은 임명장을 받고 열흘간 휴가입니다.
차를 타고 나오면서 연신 '꿈만같다,꿈만같어'를 외칩니다.
거리를 지나가면 '야! 사제다'라고 하기도 합니다.
집에 오는 내내 훈련받은 얘기로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습니다.
더러는 아빠가 옛날 군대 얘기라도 할라치면 ,자기가 더 아는 척을 해서 눈꼴셔서 볼 수도 없습니다.
이제 휴가 첫날이니..앞으로 구일은 들은 얘기 처음듣는듯한 표정 지으며 들어주고 또 들어줘야 하니 인내심을 시험하는 기간일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동안 못 만나던 친구들 만나러 나가고 없습니다.
아마도 대통령 유세하듯이 전국을 돌아다니기라도 할 듯한 기세입니다. 요즘 군인들 차비가 반액이던가? 갑자기 그 사실을 확인이라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