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단짝 친구들은 종교가 다 제각각이다.
친구 미숙이는 불교, 성자는 카톨릭 , 은해는 기독교신자이다.
난 무신론자 아니 다신론자라고 해야 맞을것같다.
난 세상의 모든것을 믿는다.
절에가면 부처님이 환희 웃으시며 ' 어서 오너라... ' 하시는것같고,
성당이나 교회에 가서 하느님을 접할땐 또 ' 어린양아 어디있다 이제 오느냐... ' 하시는것만 같고,
오래된 고목을 보면 몇백년 모진 풍상을 겪고 그렇게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서 알수없는 경이로움에 위압감마저 느끼고,
돌멩이하나 풀한포기에서도 신의 존재를 느끼곤한다.
그런내가 어느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친구 성자의 권유로 천주교 자정미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해엔 화이트 크리스마스여서 온세상이 온통 하얀눈으로 뒤덮여 참으로 아름다웠었다.
아주 추운 이브날밤에 사각사각 눈을 밟으며 들뜬 마음으로 성당에 갔었다.
한밤중 성당안에는 자정미사를 보기위해 하얀 미사보를 쓴 신도들과 휘황찬란한 조명으로 나는 딴 세상에 와있는듯 했다.
일어섰다 앉았다 신부님의 말씀에 따라 경건하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드리고
서로서로에게 축복하고 미사가 거진 끝날무렵,
갑자기 성당안에는 누군가의 대성통곡 울부짖음으로 경건하던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내 친구 성자어머니의 절규였다.
성자동생은 그해 신부 서품 받기 몇달전에 여름 수련회를 강가로 떠났었는데
물에 빠진 어린 신도를 구하고는 성자동생은 힘에 부쳐 그만 목숨을 잃고말았었는데,
참고참으며 미사를 보시던 성자어머니는 끝내 아들이 너무 그리우셨던거다.
아들을 잃은 성자 어머니의 애절한 통곡소리로 찬송과 환희의 크리스마스가
슬픔과 비통함으로 막을 내렸지만 난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가끔 그때의 일이 기억난다.
내가 아이를 낳고 마른자리 진자리 갈아가며 키워보니 그때의 성자어머니의 절규가 새삼 가슴아파진다.
그때 성자어머니는 얼마나 아들이 그리우셨을까 ?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
세월이 흘러흘러 오래된 이야기인데도 아직 내 가슴이 이렇게 시린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