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미 넝쿨이 밤 이슬을 머금고 더욱 싱싱해졌다
해바라기 큰 이파리는 한껏 별바라기를 하고
신록은 어둠을 안고 고요히 밤을 맞았다
더위를 피해 거리로 나선 사람들
부유하듯 어둠저편으로 스며드는데
돌멩이에 의지한 나는 어느듯 나그네 되어
고향길을 더듬는다
고향 밤하늘엔 별이 참 많았다
크고 작은 별무리가 유리알처럼 반짝이고 가운데로
은하가 흰가루 마냥 흐르고 있었다
고향집 평상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면
어쩌다 유성이 크다란 곡선을 그리며 먼 하늘가
어디론가 떨어지곤 했다
마당가운데 모닥불을 피어놓고 홑이불 밑에
발을 묻고 조무래기 몇명 앉아서 별을헨다
큰별은 서로 자기별이라 우기면서 별을 헤다가
별들이 너무 많아 차례를 잊고 다시 헤고
다시 제자리 돌아오고 그러다가 깜박 잠이든다
호박꽃 초롱속에 반딧불을 잡아넣고 불을 밝힌다
그런밤엔 풀벌레가 풀섶에서 긴 노래를 했다
소꼽친구 끼리 찐 옥수수를 하모니카 불듯
먹으며 옛날 이야기도 하고 도깨비 하고 씨름한
노인얘기도 하면서 괜히 어두워진 주위를 겁먹은
눈으로 휘익 둘러보기도 했다
앞산 뻐꾸기 한낮 노래도 그치고 검은 그림자를 안고
그밤 크다랗게 서있었다
고향집 마당 곁에 삼각으로 된 논이 한 뙈기
있었는데 내가 9.10세쯤 되었을때 그 논에
삼,인지 모시나무인지가 빽빽히 서있었다
한낮에 하늘아래 노닐던 나비랑 잠자리가
언제나 그곳에서 나래를 접는데
우리는 나비와 잠자리를 잡기위해
어둠속을 헤메다 못해 삼나무를 부러뜨려
망가 뜨려 놓기도 했다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마루에 누워 있으면
할머니 물레잣는 소리가 들들 삑삑 하고 들려온다
엄마는 마당에서 삼베를 길게 늘어뜨려놓고
풀질을 하고 머슴 정쇠는 지게에 가득
거름풀을 지고 온다
할아버지의 바튼 기침소리가 돼지우리가에서
들려오면 정오를 알리는 싸이렌소리가
-우웅- 하고 난다
엄마가 후다닥 밭으로 나가 풋고추랑 오이랑 가지를
대 소쿠리에 가득 따서 상을 차린다
보리와 쌀이 적당히 섞힌 밥양푼에 물김치,배추겉절이,
된장속에 묻어둔 깻잎, 오이와 가지냉채, 풋고추, 등이
입맛을 돋군다
집안 우물속엔 어제 엄마가 사 넣어둔 수박이
둥근 배처럼 시간을 기다리듯 하늘향해 가만히
떠잇고 그 하늘가에 하얀 양털구름이
떠있었다
매미는 한볕 더위속에서 시원한 노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