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일년이 넘어 간다... 늘 살던 동네가 그립고 그곳 사람들이 그리워 마음 태우던 날들이 하나둘씩 나의 마음을 떠나간다...나이가 먹어갈 수록 이웃을 사귀기가 힘이든다... 더욱 아이들이 커 가니까 아이들 나이에 맞은 이웃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맛있는 것 있으면 이웃과 나누어 먹던 마음을 이사를 온 이후로는 선뜻 아무나 갖다 주기가 힘이 들었다 누군가 함께 나누어 먹고는 싶은데 마음을 쉽게 주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우리 골목에 할머니가 늘 혼자 계시고 그 할머니를 볼때 마다 친정 어머니와 안계신 시어머님 생각이 났다.. 처음엔 들어 오시라고 하고 커피도 드리고 맛있는것 있으면 늘 갖다 드리기도 하였다... 세월이 지날수록 할머니는 동무가 생긴 것 처럼 우리집을 자주 들르곤 하셨다... 나도 아는 사람도 없구... 친정 어머님 생각을 하며 잘해드리기도 하였지만 할머니는 아무때나 우리집 벨을 여러번 눌러 나를 힘들게 하셨다...
당신 오고싶을 때면 막 문을 두드리고 들어 오셨다... 오시면 하시는 말씀이 한숨과 용돈도 안주는 자식에 대한 서운함을 토해 내셨다.
아파도 병원에 돈이 없어서 못간다고 하신다... 나도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한번은 만원을 드렸다 가서 물리치료라도 하고 오시라고 하였다... 때로는 내 마음이 내키면 잘해드리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하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아침일찍 전화를 해서 올라오라고해서 가보면 며느리 없는사이 빈대떡을 해서 먹으라고 하신다.. 아침부터 부친개 안먹는다고 하면 비닐 봉지에 싸서 주신다.. 내 입에 맞지 않지만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고 오곤 하였다... 오늘은 대문을 두드리시는데 너무 귀찮아 문을 안열어 드렸다..한참 있으니 전화가 왔다..할머니였다.. 아무말도 안하시더니 조금있으니 대문을 두드리신다... 올라오란다.. 세탁기가 안되니 해달라고 하신다...수도꼭지가 잠긴것인데 그걸 모르시기 때문이었다.. 손주가 있어도 꼭 나보고 해달라시는 할머니.... 내가 편하셔서 그런가보다..귀찮아 대문을 꼭 잠그고 모른채 하였던 잠시의 내모습이 가증스러워 보였다... 때로는 할머니 고민도 다들어 드리고 잘하면서 가끔 혼자 있고 싶어 할때 나를 힘들게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딸이 없는데 저렇게 할머니가 되면 이웃집 젊은 엄마가 나를 오늘처럼 대하면 얼마나 서러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할머니는 내가 어디가면 어디가냐고 꼬치꼬치 물어 보신다.. 오늘도 어디 갈꺼냐는 물음에 할머니 나 할머니가 그렇게 자꾸 물어 보시면 정말 신경쓰여요 하고 했더니 할머니 가 미안해 하신다.... 그래 힘도 없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할머니... 더욱 딸이 없으셔서 나를 딸처럼 의지하시는 할머니께 너무 섭섭하게 해드린 오늘이 마음 아프다... 나도 할머니가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