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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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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머리


BY 마음자리 2003-05-30

국민학교 시절.

''엄마~ 학교 갔다 왔데이~''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들어 가방을 마루로 휙 집어 던지는데...
''익이 왔나~''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머니. 왠지 낯선 분위기에 멈칫 동네 한바퀴 돌아보려던 발걸음이 딱 멈춰서졌다.

''그기 뭐꼬?''
''뭐~?''
''엄마 머리 말이야~''
''아...이거. 엄마 빠마 했잔아~''
날 보고 웃으시는 어머니 표정은 그대론데...분위기가 예전의 그 엄마가 아니다.

''엄마 이뿌제?''
''이뿌기는 씨~ 꼭 부처머리 같구만~''
''부처머리?? ㅎㅎㅎㅎ 맞다. 부처머리~ ㅎㅎㅎ''
''하나도 안 이뿌다. 담부턴 그 머리 절대로 하지마라~''
''아이고 내가 망내이 아들 덕분에 새로 시집살이 하겠네~ ㅎㅎ''

골목을 한바퀴 돌아도 어제랑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어머니는 어제의 그 어머니가 아니었다.
보글보글 왠지 낯선 느낌. 어머니 고운 얼굴 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부처머리가 얹혀 있었다.

어머니. 그 이전엔 고데머리로 늘 연한 웨이브 물결의 고운 머리에 고웃 웃음을 입끝에 담고 계셨다. 호호 소리내어 웃으시는 적은 잘 없어도 늘 따뜻하게 우리 형제들을 소리없는 웃음으로 보고 계셨었다.

물결모양 고데머리를 하시고 빛고운 한복 차려입으시고 외출을 할라치면 그 손 잡고 따라가는 나는 마냥 기뻤다.
그 어머니의 아들이란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데...
그 어머니의 가슴을 만지며 잠드는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데...
그 순한 물결들이 갑자기 어색한 꼬불꼬불 곱슬머리라니...

그날. 어머니에게서 멀찌기 떨어져서 잠들면서 다시 한번 다짐을 했다.
''엄마~''
''와?''
''인자 그 부처머리 하지 마래이...''
''오냐. 알았다~ ㅎㅎ''
콜콜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약속은 하셨지만 그후로도 어머니 머리는 늘 퍼머 머리였고, 그 머리 뿌리가 하앟게 쇠기 시작하면서 양귀비로 그 하얀 뿌리 감추어 드릴때면...

''어무이. 그때는 참 고우셨는데...''
''맞아~ 니가 부처머리라고 놀라던 날 생각이 난다~ ㅎㅎ''

이젠 얼굴에 검버섯까지 핀 노인네가 되셨지만...내 마음엔 늘 부처머리 어머니가 아닌 물결모양 고데머리 어여쁜 어머니로 남아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