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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몸에서 ...


BY hansrmoney 2003-05-30

.. [사랑의 동화]

시어머니의 몸에서 난 냄새는
단 일분도 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점점 치매까지 심해져갔다.

막내 며느리인 내가 이런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나
등등 이런 생각들이 스처갈 법도 하는데
내겐 그런 생각이 손톱만치도 들지 않았다.

막내 아들인 남편은 어머니에게 지난날
너무 많은 불효를 했다.
이제 철들어 효를 하려고 하자 치매가 찾아들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옆에서 지켜 본 남편의 절통한 모습에
내 가슴이 다 미어지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살아 온 시간들이 다 눈물의 시간들이었다.
막내 아들의 효 한번 받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구나!
생각 할 때 시어머니가 한 없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곤혹스럽게 한 것은 시어머니의 몸에 풍기는 악취였다.
이 악취 냄새는 저승의 냄새인 것임은 분명 했다.
그런데 내겐 그런 냄새가 문제 될 것 없었다.

시어머니가 앉았다 일어나는 자리에서
그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매번 씻어도 몸에서 나는 것을 막을 것이 없었다.

가장 높은 층으로 이사 온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서 였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시어머니는 보따릴 싸
문을 열고 나갔다.아랫층에서 살기 때문에
문을 열고 나가면 시어니의 생각은
곧 고향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향 집에 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나는 그 말을 하나 하나 다 받아 주었다.
일찍 홀로 된 친정 어머니 생각을 떠올리면
이런 고생은 고생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아니 친정어머니로 받아드리고 지내왔다.
아파트 문을 열면 그 악취냄새가 멀리까지
퍼져갔다.

계단에 오르면서 이게 무슨
냄새이지! 하고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1층에서 살면서 겪은 고통은 너무 컸다.
가장 높은 층으로 이사를 하고 처음부터
시어머니에게 악취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그리고 양해를 얻고 난 뒤에는
덜 미안 할 것 같아서.....
그런데 그 소식을 접하고 같은 통로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발벗고 나섰다.

아이들을 다 학교에 보내고 우리 아파트로 와
시어머니의 목욕을 시켜드리는 것을 거들어 주고
시어머니의 말동무를 해주는 것이었다.

시어머니는 그날부터 보따리를 싸 주지 않고
그 아주머니들을 기다리고 앉아 있었다.

난 항상 시어머니에게 부족한데
그 아주머니들이 발벗고 나서서 거들어주자
나는 다시 인생을 사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아니 그 아주머니들이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처럼
모시고 사는 것이 더 감동스러워 함께
동참하고 싶어
이렇게 매일 모인다고 고백을 했다.

모두가 친자매의 마음으로 돌아가
아파트 전체를
소리없는 감동의 물살로 젖어 가고 있었다.

내가 고통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같은 통로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아닌가
또 아주머니들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그리고
내 가슴 속에 그 행복을 밀어 넣어 주고 있다.

글 이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