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친구의 집들이를 다녀온 이후..난 많은 고민을 했다.
24평이었지만 2천만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 친구의 집은 한눈에 봐도 너무 예뻤고...그런 친구가 너무 부러웠다. 사실, 그 집을 장만하기 까지 친구의 시부모님께서 많은 돈을 보태주셨다는 것이 더 부러웠을지 모른다.
결혼한지 1년 6개월... 신혼초부터 시부모님과 같이 살아 온 나는 사실 분가할 꿈을 꿔 본적이 없다. 오히려 요즘 세상에 같이 산다고 여기저기 좋은 소리 들으면서 편하게 직장다니고..어머님이 애기 키워주시니 나로서는 편한 구석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갑자기 시부모님에게 원망스런 마음이 들었다.
당신들 돈이 없으신 것도 아니고...능력이 되시는 데 왜 분가를 시켜주시지 않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쯤 따로 살아 볼까?
어머님은 우리에게 집장만해주시는 돈이 아까운 것인지...
그런데 그 즈음..어머님이 갑자기 집팔고 새집으로 이사를 하자고 하시는 것이다. 요즘 집값이 많이 올랐다며 팔고 싶으신 눈치였다. 그러면서 너희들 집 하나 따로 해줄까 생각중이라는 말씀을 언뜻 내비치셨다.
나는 그 말을 들은 후로...밥안먹어도 배 안고프고..잠 안자도 안 졸립고...정말 너무나 행복했다. 분가할 꿈에 부풀어..가구는 어떻게 할까..어디로 이사를 할까...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신랑은 나를 보며 꿈깨라 했지만...난 너무나 좋았다.
그러나 그 꿈은 며칠 가지 못했다. 어머님이 며칠후... 수박을 꺼내 가져오시더니...먹으라 하시며 말문을 여시는데..
아무리 그래도 너 직장은 계속 다녀야 되지 않니? 글쎄 난 모 너희가 원하면 따로 분가시켜 줄 수도 있지만... 따로 살면 애기는 안봐준다. 하시는 것이다...그러시면서 같이 사는 것이 왜 좋은지에 대해..날 설득하듯..말씀하셨다..
며느리랑 같이 산다고 편한것도 하나 없는데..직장다닌다고 제대로 살림도 안하는 며느리 뒤치닥거리에 또 손주까지 봐주시는데..어머님은 그게 모가 좋다고...어머님도 우리 내보내시면 편하실텐데..
그날 저녁 신랑이 들어왔고 내가 그 얘기를 했더니..
나한테 대뜸 그런다. "너 왜 내가 처음부터 분가안했는줄 알어?"
난 모르지..나두 모르고 결혼했으니까..단지,,,그대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토안달고 그냥 결혼했으니..나도 참 대단하다..
"난 너희랑 같이 살고 싶구나"
아버님의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가 너무나 쓸쓸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러겠노라고 했다고..
참 마음이 이상하지..신랑의 그 말을 듣는데...그냥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우리 어머님이야 워낙 성격 털털하신 양반이시지만 아버님은 남한테 피해주는 거 싫어하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인신데..난 한번도 아버님이 우리랑 살고 싶어하실 줄은...그저 어머님 뜻이었겠거니 했는데 그것이 아닌 것이다..
어쩐지...어머님이 이사하자고, 애들 내보내자고 하셨을때...아버님은 귀찮다고.. 무슨 이사를 또 가냐고...그냥 고쳐 살자고 하시더니..
아침이면 손녀딸을 가장 먼저 품에 안고 좋아하시는 어머니..
언제나 우리 손주 잘 있냐? 하시며 현관문을 여시는 아버님..
임신한 며느리를 아침마다 지하철역까지 차로 바래다 주시고 토요일이면 손수 회사까지 데려다 주시던 분들이 우리 시부모님이시다
어머니는 신혼부터 같이 사는 우리가 안쓰러워 분가시킬까 생각도 잠시 하셨던 것이다.
나는 안다. 우리가 따로 살아도..우리 어머님은 손녀딸을 봐주실 분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같이 사는 행복? 글쎄...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눈에 안보이면 그리울 것 같은...그런 묘한 느낌...
어느새 내가 이 집의 식구가 정말로 되어버렸나 보다.
분가할 꿈에 며칠간 들떠있던 날 보며.. 많이 서운하셨을텐데..
하지만...어머님 아버님 싫어 그런거 아니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데..왜 그말이 안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어머님, 아버님...제 진심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