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것...
토요일 오전 내내 뒹굴거리며 게으름 피고 있는데 신랑에게 전화가 왔어요.
"영화표 두 장 생겼는데 친구랑 가. 6:20 시작이니까 얼른 회사 와서 표 받아가. 남 주기 아까우니까 싫단 소리말고
얼른!"
조금만 움직여도 땀범벅 되는 오늘, 1시간 거리에 있는 신랑 회사까지 왔다갔다 해서 얻은 표로 고딩인 막내 남동생이랑 늦
을새라 헐떡거리며 극장에 갔어요.
받은 표는 이름도 희한한 외국 영화였는데, 전 개봉 때부터 보고 싶었던 우리 영화 '동감'으로 교환해서 드디어 보았답니다.
1979년과 2000년.
70년대의 순수한 여대생 '윤소은'과 2000년대의 허우대 좋은 남자대학생 '지 인'이가 펼치는 꿈 속 같은 이야기...
우연히 아마추어 무선(HAM)을 교신하던 '지인'은 윤소은과 통신을 하게 되고 서로 시대가 엇갈리는 대화에 불신하게 되
죠. 그러나 곧 서로의 진지한 태도에 그 믿기지 않는 일을 믿게 되고 즐거운 통신을 하게 됩니다. 지인은 그 다음날이나 얼
마후의 일들을 미리 알려 주어 소은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기도 했어요.
그 시대를 오가는 무선통신은 참 신기했어요. '무선'이라서 그런지(?) 전기 코드를 꼽니 않았는데도 '윤소은'의 말소리는 계속
들렸으니까요.
몇 년간 짝사랑 하던 선배가 복학하고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선배의 움직임에 윤소은은 설레는 마음을 조금도 숨길 수
가 없었어요. 그가 말이라도 걸면 도무지 시선을 어데 둘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꾹꾹 누르느라 안
간힘을 썼죠. 병원에 입원 한 친구 '허미선'에게 그 사랑의 감정을 고백할 땐 어찌나 행복해 하던지...
"그 선배, 나에게 말을 할 때 항상 내 눈을 보고 얘기해. 흐으~ 이쪽 눈에서 이쪽 눈을 번갈아 가면서. 코나 얼굴이
나 몸이나 다른 곳을 볼 수도 있는데 항상 똑같아. 왼쪽에서 오른쪽 내 눈을 번갈아 봐. 호오~그 선배가 내 이름을 부를
땐 왜 이렇게 내 이름이 예쁘니? 소은아, 소은아, 소은아..."
윤소은은 사랑 얘기를 지인에게도 했고 지인은 시대가 다른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질 기쁘게 바랬어요.
그러나, 왜 일이 이렇게 꼬일까요?
소은과 신나게 무선통신하던 그 남학생은 바로 20년 후의 짝사랑하는 선배와 절친한 친구 허미선의 아들이었던 거예요.
윤소은은 어찌해야 할까요...
소은은 눈물이 마를 때까지 한참을 가슴앓이 하고 그들에게서 멀어져요.
미래의 지인을 위해서 소은은 기꺼이 물러나죠.
몰랐더라면, 몰랐더라면, 그래서 선배와 사랑이 하늘만큼 커졌더라면, 그랬더라면...
.........솟아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소은의 사랑이, 오랫동안 품었던 그 순수한 사랑이, 이제는 결실을 보기 위해 커
져가던 사랑이, 그 우연찮은 미래의 지인과의 통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하다니...지인도 그 사실을 알고 견딜 수
가 없었죠. 소은이 자신의 아버지를 선택해 버리면, 그렇다면 자기는...그러나,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
는다면,...지인은 소은이 자신의 대학의 교수로 있다가 자신이 입학하던 해에 천안대로 전근갔다는 것을 알고 서둘러 소은을
찾아가요. 강의가 끝난 복도에서 만난 지인과 소은...물론 말 하지 않았어도 단박에 서로를 알아보았죠. 놀라움과 이젠 ??
다는 안도감으로 미소를 지었던 소은.....그냥 지나쳐요. 같은 마음이지만 남남처럼...
그래서, 미래는 미리 알지 말아야 하겠어요. 나 역시 20년 후의 제 모습이 너무나 궁금하고 정말 알고 싶지만, 알게 되
면 더 이상의 발전도 없이 미래의 존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포기를 해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사람에게선 누구나 향기가 나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향기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있죠. 가까이서 맡고 싶지만, 그러
지 못하더라도 나는 알 수 있어요. 그가 어디에 있든, 괜찮아요. 나는 알 수 있으니까요. 멀리 있어도 그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니까요."
PS. 영화를 보고 느낀 저의 부글대는 가슴을 여러 분도 느낄 수 있을까요? 제가 쓴 서투른 감상문만을 보고도 여러 분은 나
와 같은 마음을 품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