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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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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12) *오늘 점심엔 무얼 먹을까*


BY 쟈스민 2001-09-06

오늘도 나는 어제처럼
늘 보는 얼굴들을 마주 대하며
딱딱하기 그지없는 회색빛 공간에서
컴을 마주 하고 앉았습니다.

일을 하고.....
짬짬히 여락(?)을 즐기고
어느새 점심시간이 코 앞에 왔지요.

오늘 점심엔 무얼 먹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궁리를 해 대느라 바쁩니다.
전화를 걸고.....
약속을 하네요.

친구를 만나고, 선배를 만나고,
그렇게 그렇게 저마다 나름대로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친구를 만났습니다.
동갑나기 그녀는 늘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한결같이 미소짓는 그녀만의 향기를 잃지 않는
그런 친구랍니다.

옆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편안함을 주는
그녀는 내게 그런 친구입니다.

오랜 직장생활 덕에 한 트럭분의 친구들이 있을 법도 하건만
내게는 겨우 몇몇의 손에 꼽을 만한 친구만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한 그릇의 밥을
함께 앉아서 먹는 일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를 참으로 많이 다독여 줍니다.

큰 소리내어 웃어도 좋고 .....
조금쯤 누군가의 흉을 얄밉지 않을 만큼
볼 수 있어서 좋고......

친구를 만나서 수다 떨며 먹는 밥 한그릇은
언제나 내겐 또다른 휴식을 줍니다.
일부러 보약을 먹지 않아도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먹는 한 끼 밥이야말로
우리에게 힘을 주는 진정한 영양제가 되고 있음을 ......

오늘도 난 친구를 만나며 알게 됩니다.

여자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러면
동창들 모임에서 흔히들
잘나가는 사람에게 조금쯤은 배아픔을 느끼기도 하고
마음 아픈 일이 있는 이에겐
넘치도록 아름다운 정을 보이기도 하지요.

그 친구와 난
서로 어쩌면 사는 모습도 비슷합니다.
견뎌낼 만큼의 아픔이 생활속에 있는 것도 그랬고
약간은 모양이 달라도 결국은 함께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린 너나 할것 없이 맺힌 마음이 어느새 풀리고 있음을
보곤 했어요.

남 잘되는 일에 배 아파하지 말고
내 좋은 일에 너무 자랑하지 말며
남이 아플 때 진정으로 곁에서 끝까지 지킬수 있음은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을 걸어도 좋을 그런 일이 아닐까요?

친구를 만날땐
밥 한 그릇을 나누고
그녀를 치켜세우는 말로 가끔씩은 즐겁게 해주고
돈 한푼 안들이고 천냥빚을 갚을 수 있다면......

오늘 점심엔 무얼 먹을까......
행복한 고민으로 하루가 즐겁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어서 마냥 좋습니다.

요것 조것 맛난거 먹을 수 있어 좋고
누군가를 만나서 나를 열어보일 수 있어 좋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오늘의 비빔밥은
그녀와 나를 잘 섞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와 나를 섞은 색은
가을을 닮은 단풍잎으로 할까......
내가 좋아하는 커피로 할까.....

즐거운 상상에 빠져드는 오후가
마냥 내게 여유로움을 줍니다.

그녀의 마음 아픈 일은 이젠 좀 없어졌으면......
푸른물이 주르륵 하고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하늘에 내 마음을 띄워 봅니다.

밥 한그릇과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고 앉을 수 있는
내게 그런 친구를 허락하여 주신 이에게
더없이 고마움을 전하는

그런 오후입니다.

덩그란 하늘은 말없이 나를 내려다 보네요.
말은 없지만
하늘은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을
다 듣고 있었겠지요.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옆에 하나 둘 늘어나는 일은
참 근사할 것 같습니다.

밥 한그릇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들을
나는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가야겠습니다.

내 지갑의 가벼움쯤은
내 마음이 데워진다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