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 등 만한 배낭 속에 네댓 개의 물병을 넣고
늘 함께 친구 하여 생수를 뜨러 가는 일층 집 여자와 폭포까지 산행을 하였다.
날이 좋아 가는 길이 날아갈 듯 산뜻하고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내리 쬐는 볕을 피하느라 모자를 눌러 쓰고
오르막길을 따라 걸으니, 어느새 땀이 지르르 흘러
모자를 벗고 싶기도 했지만 얼굴이 검어질까 그냥 참고 걸었다.
힘은 조금 들어도 기분만은 그만이었다.
걷다보니 어느새 상수도 취수 장을 지나 매표소에 이르렀다.
표 파는 아저씨는 관광객으로 보였던지
표를 사서 들어가라는 눈빛으로
작은 상자 만한 매표소 창안에서 우리 두 사람을 빤히 내다보았다.
그러나 우리 쪽에서도 말은 하지 않았으나
이 곳 주민임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으로 대신하니,
알았다는 듯이 산으로 입장하라고 손짓을 하였다.
자주 오는 곳인데도 그 아저씬 사람을 몰라보고 묻기를 여러 차례하곤 한다.
언덕을 따라 두런두런 얘기를 해가며 물을 뜨는 곳까지 올라갔다.
가는 길엔 어쩐 일인지 오가는 사람이 없어 올라오는 내내 우리 두 사람만이 걷고 있었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지나
맑은 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상수원 쪽으로 오르고 또 올랐다.
하늘을 뒤덮어 그늘진 울창한 숲 밑으로
납작한 돌들을 산길에 박아 놓아 징검다리 건너듯 걷는 재미가 좋아 지루한 지를 모르고 걸었다.
삼림욕장을 지나,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샤워시설을 갖춰 놓은 곳도 지나쳐서 드디어 생수 뜨는 곳에 도착을 하였다.
가져간 병을 흐르는 물에 흔들어 씻어서 한 가득 물을 담았다.
그 때 까지 주변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너무도 조용함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거기까지 올라오느라 힘도 들고 목도 타서 배가 부르도록 물을 마셨다.
헌데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있는 중에,
어느 틈에 나타났는지,
낯선 남자 두 사람이 우리 들 옆으로 바짝 다가와 뭐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 곳은 물이 좋아 그런가요? 미인이 참 많군요!”
그때까지 산길을 걷는 동안 아무도 따라 오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사람 소리가 들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므로
우리들은 그저 말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 두 여자가 어찌나 놀라 쳐다보았던지
그 남자들은 오히려 그것이 의외라는 식으로
우리 쪽을 되 바라다보며, 더 이상은 말도 못하고 서로들 쳐다만 보고 있었다.
가만히 보아하니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들은 너무나 놀라는 바람에
여행을 온 그 들이, 낯선 우리에게 보낸 그저 가벼운 인사정도였던 것을,
대꾸조차 못하고 그렇게 무안을 줘가며 받았던 것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뜻하지 않은 일이 얼마든지 갑자기 일어날 수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산 속에서 순간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인 두 일행은, 서로가 서로를 야릇하게 쳐다보며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생수를 마저 뜨고
그 들은 구경을 하기 위해 꼭대기 폭포를 향해.
우리들은 아래를 향해 갈라져 내려오면서, 나와 친구는 그 특별한 상황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오늘 저녁엔 무엇을 해 먹을까. 오늘 날씨가 참 좋네. 하는 따위의 말을 했을 뿐이다.
한참을 물 뜨는 곳에서 벗어나
저만치 밑에까지 내려와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생각해 보니
세상이 얼마나 삭막하고 무서우면
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 보다, 사람을 만난 것이 더 무섭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싶어 마음이 씁쓸하였다.
내려오는 길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듬성듬성 무리 지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기까지 했다.
참으로 이상한 건
사람이 범보다 무서울 때도 있고, 이렇게 반가울 때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