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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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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이는 감자탕


BY ggoltong 2001-09-06

내 친정아버지가 울 큰딸 음식 잘한다고
칭찬을 해댔던 게 바로 조촐히 상차려낸
감자탕 끓여나왔던 어느 저녁이였다.

무슨 특별히 기념할만한 날도 아니였고
뜨거운 음식먹기에 좋은 날씨도 아니였다.
허나 그 날 아침
나는 계획에도 없었던
돼지등뼈를 찬물에 담가놓고
주섬주섬 반찬거리를 사다 나르기 시작했다.

뭐 그래봤자 푸성퀴가득한 식단이겠지만
나물하나 기름에 버무려놓을 지언정
이상스레 기분좋은 그 날은
나물 한 접시가 더없이 안성맞춤마냥 느껴졌었다.

유리공장에 다니시는 내 친정엄마.
퇴근하고 집에 오셔서 저녁준비를 할라치면
기계가 아니고서야 몸이 푸욱 퍼질듯하여
그만 우리집에 오셔서 식사하라 때르릉 전화를 했다.

뭐 특별한 반찬은 없었다.
허나 나는 들통 하나가득 물을 붓고
그 더운 여름날 불옆에 서서
들통과 딱 달라붙어 감자탕을 끓여냈다.
땀이 비오듯 했지만
이열치열 몸보신 음식이라 생각하여
무조건 감자탕을 드시게 해야한다 생각을 했다.

내 친정식구들이
좁디 좁은 방을 채웠던 그 날 저녁
다른건 몰라도 밥이 넘쳐나고
감자탕이 넘쳐난 그 저녁에
선풍기 3대 총 동원하여 더위를 쫓아내고
가족들의 연이어 터지는 담소가
내 땀띠났던 하루를 즐겁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다.
우리 큰딸 덕분에 맛있게 배불리 먹고 간다고.
그 한마디에 텅빈 들통에
행복과 보람이 쑤욱 채워들어가는 듯 했다.

올 겨울 내 친정 부모님 손 바닥에 얼음이 박힐 즈음
그 혹독한 날씨속에 수고하시는 내 부모님을 위해
또 한번 조촐하게 나마 열심히 불옆에서
부산을 떠는 그런 큰딸 자리 지킴이를 한번 더 해야하겠다.

엄마,아빠
사랑합니다.

건강하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