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케이블 방송에서 일본 영화인 생일선물이라는
영화를 방영한적이 있었다.
나는 왔다갔다 하면서 가끔씩 보곤했는데
그중의 한 장면,
엄마하고 단둘이 사는 스튜어디스를 하는 딸과 그 친구의 대화였는데.
"너 엄마 때문에 그러지 능력있는 남자 만나서 엄마 호강시켜드리고
싶어서?"
그런데 이 대사를 듣고나서 내 느낌이 여자가 남편 잘만나서
친정 어머니 호강을 시켜드리겠다고 하는 생각이 어쩐지
염치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어서 이런 생각도 들었는데
만약 엄마 혼자서 아들을 키워 장성했을때 그 아들이
좋은 여자 만나서 어머니 호강 시켜드리고 싶다는 말을 했다면
그 아들이 효자 같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학습시켜 놓은 쇄뇌교육의 결과인데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이것도 염치 없는 일이어야 옳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것을 너무 당연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아내 보다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잘할것 같은
아내를 원한다면 효자일것 같은 생각이 드는것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전에 아주 가까이 지내는 분의 모친상에
다녀 왔었는데
올해 79세이신 모친은 아파 누워 있지도 않았고 주무시다가
심장마비로 돌아 가셨다는 것이다.
같이 모시고 살면서 이런저런일로 그 며느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보통의 집안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이럴 경우 호상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슬퍼하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초상집인데 분위기의 어디에도 슬픈 기색이 없다.
오히려 초상에 온 친구들이나 그외의 사람들도 거기서 오랜만에
만나는 경우가 많은지라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즐겁게 담소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때때로 웃음소리가 높아
오히려 즐거운 잔칫집 같은 기분이 나는것이다.
상주나 그들의 친척이라고 해서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출상때도 참석을 했었는데 일을 다 마무리 하고나니
며느리와 손녀들이 조금 울어서 눈이 붉어지기는 했지만(아들과 손주는
그나마 맹숭한것 같아 보였다)
이제 다 끝났다는 시원한 표정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며 정리를 했는데,
천수를 다누리고 돌아가시게 되면 그 어른이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그 어른의 자손들이 알고지내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마지막 잔치를 여는것이 초상의 의미라고.
그래서 축제라는 영화가 초상집을 묘사한것이 맞는 말이라는걸
인정한것이다.
남편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인간적인 차원에서 공경하고 서로 정이 들고
따라서 도리를 다한다면 좋은것이 겠지만
마음에는 없는데 사회적 강요에 의해서 또는 의무감으로 억지로
오랫동안 부모와 동거를 하게 되면
부모를 모시지 않고 살수있게 되는 날을 기다리게 되는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러므로 시부모라고 할지라도 효도의 주체는 아들이 되어야지
그 아들은 간혹 자기의 아내가 자기의 부모에게 뭔가 흡족하게 하지
못했을때 화를 내고 질책을 하는것으로써 자신의 효심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생활을했다면
연로한 부모님의 초상이 그 며느리의 축제가 되지 말란법이
없을것 같다.
자기 부모에게 해야 하는 효도 마저 자신의 아내에게 다 미루어 놓고
자신은 가끔씩만 생색을 내는 남자가 있다면
이건 분명히 염치없는 일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