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늘같은 날이였다 불과 며칠 안된 그 날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키가 부쩍 큰 나무들이 어서 들어가라고 뒤를 밀어주려는듯 길다란 가지를 쉬임없이 흔들어대던, 이젠 정말 들어가야지 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를 막 벗어 나려할때 하마터면 내 발에 깔릴뻔한 아기 참새가 날개도 제대로 펴지 못한채 필사적인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그 어미는 어느 나무 위를 맴돌겠지 자식을 잃었으니 어디선가 울음으로 신호하겠지 나도 어느새 애가 타서 성날때로 성난 하늘을 두리번 거렸는데 가장 흔한 참새들은 이웃조차 멀리 피난갔는지 텅비어 있는듯했다 이대로 모른척 할까 어차피 오래 살지도 못할것같고 살아있는 생명을 그냥 두느니 혹여 정성을 들이면 살아날지도 몰라하는 작은 희망을 안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가엾은 어린새를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좁쌀도 주고 물도 주고 쌀도 잘게 부셔주고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상처인듯했다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듯 만져도 보고 바라보는것만으로 3시간을 거뜬히 넘긴다 1분1초를 처절하게 싸우는 작은새 파닥파닥 작은 상자에 몸을 돌려가면서도 쉼없이 날개짓을 한다 끝없는 하늘을 날아야 할 어린새에게 이 얼마나 작은 공간인가 다시 자연속에 데려다 놓을까 마치 어린아이에게 묻듯 속삭여본다 내일이면 좋아질지도 몰라 그럴수도 있을거야 비바람이 잦아들듯 아픔도 작아지겠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생각했는데,.... 눈뜨자마자 아기새를 찾았다 콩딱콩딱 심하게 뛰던 심장이 싸늘해졌다. 나 자신에게 놀라운일이다 이렇게 생명을 보내면서 아무일아니라는듯 참새를 화장지에 싸서 밖으로 나갔다 차라리 비가 많이 와서 화단이 젖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바람에게 심하게 놀란듯 살짝 흙만 스치고 간 비 슬픈일이다 이젠 더 이상 동심은 없는것일까 누군가의 눈치가 보였다 "거기서 뭐 하시는겁니까 " 땅을 파고 있음 누군가 어깨를 툭치며 그렇게 물을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주위를 쓱 둘러보고는 건초더미를 살짝 들춰서 어린새를 밀어 넣었다 아주 짧은 말 한마디와 함께 "참새야 잘가"! 돌아오는길에 내 자신이 너무나 우스웠다 가증스러웠다 무엇이 나 를 이렇게 만들었나 나름대로 모든생명을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현실의 내 모습에 나도 놀랐다 햇볕이 따갑다 어디선가 자식을 잃은 어미새가 내 머리위에서 우는듯 오늘따라 새울음이 그냥 지저귐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살아있는 모든것엔 최선이란 말이 따라와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쉽게 내던진 내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워 오늘은 차마 하늘을 올려다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