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아, 내 인생을 통틀어 저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안내해 주셨던 선생님들을 떠올려 보게 됩니다.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 아니었을때 선생님이라는
상상을 구체화 시켜주신 옆집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치원이 없기도 했거니와 지금처럼
교육열이 뜨겁지 않았던 때이였던 만큼 아직 학생이 아닌 나는
앞집 아이 뒷집아이랑 그냥 흙장난, 소꿉놀이를 하며 하루를
지냈던 때이기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엔가 우리 옆집에 젊은 부부가 세들어 오셨습니다.
뱃속에 아이를 가졌던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 두분은
그전까지 제가 보아왔던 어떤 젊은 사람들보다 도시적인 세련미를
풍기셨지요.. 그런 새로운 느낌이 그 어린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날엔가는 선생님의 사모님이
저를 부르셨어요..
그당시에 제가 먹어본 어떤 과자보다 맛난 (이름도 알수가 없는)
것들을 나누어 주시기도 하고, 과자를 먹고 있는 저에게 책을 읽어
주시기도 하시고 잘 생각은 안나지만 이런 저런 세상얘기를
들려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흙장난을 잠시 잊었습니다. 내또래 여자아이들과의
한참 재밌어 하던 공기놀이도 잠시 잊었지요.. 저는
선생님의 사모님이 저를 불러 세상얘기를 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내 시선을 옆집으로 자꾸 돌리고만 있었습니다.
어느 비가오던날은 정말 선명하게 떠올라요.
그날은 사모님께서 부침개를 몇장 부쳐서는
마루에 저를 앉혀 두고 책을 읽어 주셨던가.. 얘길 해주셨던가
그생각은 잘 안납니다만, 비가 오는데 저기서 선생님이 걸어 오셨지요. 연한 카키색 바바리 코트를 입고 검은테 안경을 쓰신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한 키가 큰 분이 우산을 쓰고
마당에 들어 섰을때 저는 그냥 겁이 나서 사모님께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도망을 왔었습니다.
후, 지금 생각하면 그 장면이 참으로 우습다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저에게 선생님은 모두다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심어주신 그 선생님과 그 선생님의 부인이었던
사모님의 따스함 섞인 세상얘기야 말로 어린저로 하여금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게한 내 인생의 첫스승이었던 셈이었습니다.
그런 선생님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가졌던 저는
학교에 대한 무한한 동경과 상상력을 가지고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지요.
초등학교 일학년때, 강태원 선생님,
이학년 이우림선생님, 삼학년 문영자선생님,
사학년때 윤창업선생님, 그리고 잊지못할 5학년때 김원식선생님,
이세창교감선생님,,, (6학년 선생님 이름이 가물가물 아뿔사,,)
학교 밖에서 만나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이름을 불러 주시던
강태원 선생님이며, 점심식사후 꼭 멸치를 껌처럼 씹고 계서서
우리로 하여금 그게 뭔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신 이우일 선생님,
최초로 선생님과 자보는 행운을 누리게 하신 3학년 문영자선생님...
수업이 끝나고 따로이 불러 노래를 연습시켜 주신 4학년때의
윤창업선생님... 새롭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도록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우리를 가르치신 김원식선생님, 그리고 그 선생님이
병상에 누워 계실동안 우리반을 책임지셨던 이세창 교감선생님,...
특히,수학이라는 다소 어려울수도 있는 과목을 흥미롭게
진행하셔서 수학을 재미있는 학문일수 있게 도와주신
이세창교감선생님이 많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름을 잠깐 잊어 정말 죄송하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많이
주셨던 6학년 담임선생님..
그분들을 생각하면 난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싶어지고
그분들을 생각하면 난 이세상에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
사람인가 싶어진다.
다만, 그후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선생님들
성함이 생각이 잘 안나는건 왜일까..
그 과정속에서 좋은 선생님들이 많았고 그분들의 얼굴은
생생히 기억하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 것이다.
행복하고 덜 행복하고의 차이일수도 있고,
선생님과 학생들의 관계가 얼마나 더 인간적인가 아닌가의
차이일수도 있고, 환경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그래서 조금 더 어렵게 생각되는 중학교 이후의 선생님들을
스승의 날을 맞아 한분씩 떠올려 보며
서른의 중턱을 넘어 다시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그분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꿈을 갖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고 가신
교생선생님에서... 지금도 내 치기어린 꿈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시는 고교때 국어선생님까지... 난
선생님들이 있어 이자리에 있는 것임을 스승의 날을 맞아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인 우리의 아이들이
선생님을 '스승'으로 받들고 자신의 미래를 엮어 갈수 있기를
또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