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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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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 너무나 낭만적인...


BY 빨강머리앤 2003-05-14

봄밤은 어떤 색깔일까?

문득 궁금증이 일었던건, 어젯밤 아름다운

봄밤을 맘껏 누렷던 탓에

주희에게 여기에서의 봄밤의 정경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야.



오랫만에 남편이 일찍 들어온다고

전화를 해와선 '우리 맥주 한잔 할까?' 하는 거였어.

언젠가, '좋은생각'이라는 작은 월간지 있잖니, 그곳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 열가지를 적는란이 있었거든.

거기에 첫번째로 '남편과 맥주 마시며 얘기나누는 일'이라고

적은 일이 있는데 그걸 읽었는지 그후로 시간이 날때 마다

맥주를 사들고 오곤 했단다.


그러자고, 마침 봄밤의 개구리 울음 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오니 그 소리 들으며 우리 맥주 한잔

하자고 해서....

반달이 노랗게 떠있는데

베란다에 놓인 식탁에 마주 앉았지.

노란 달이 딱, 우리 시선에서 바라보기

좋게 떠있었어.

조금 유치하지만, 그 달빛 만으로 충분했었기

때문에 불을 끄고, 달빛만을 의지한채

베란다에 앉아 맥주를 마셨지.

안주는 별거 없었지만,

저녁때 먹다 남은 도토리묵에 애호박전이

있길래 그것도 놓고, 오징어가 빠질수 있나...

그렇게 마주하고 앉아 조금 쌀쌀했지만,

베란다 유리문을 열어 두었지.

개구리 소리를 더 잘듣기 위해 말이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던 엊그제는 말이야

거짓말 같은거야... 여기서 보면 저기 풀밭을

지나고 바로 무논이 있긴 한데, 그래도 환경오염이다,

뭐다 해서 개구리 씨가 마른다는 보도를

접했는지라 설마하니 아주 시골도 아닌 이런 곳에서

개구리가 정말 울까?

싶었던 거지...



개구리 울음소리와 노란달빛을 안주 삼으니

이보다 더한 호프집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큰소리 치고 싶지 않았겠니?

마침, 봄개편으로 한밤에 음악을 진행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이로 바뀌었고, 어제밤엔

유난히도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을 들려 주는 거야..



'낭만적'이란말 내가 참 좋아해.

이제는 다소 낡은 느낌도 들고, 어쩐지 구식이다 싶기도

하지만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소중한것 중

하나가 바로 '낭만'이라는 감정이라 생각하는난

어쩔수 없는 낭만주의자이니 그건 나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맥주를 마시고 분위기가 적잖이 좋아서

마침 집에 있던 와인도 한잔씩 나누어 마셨단다.

약간 술기운이 돌고,왜, 가장 기분이 좋을만큼 말이야.

(주희한텐 간에 기별도 안갈 만큼의 주량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는데

주희가 갑자기 보고 싶었다면 믿겠어?

전화를 걸고 싶었는데 12시가 넘어 있더라.

아마도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텐테... 지금 전화하면 안될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

내일 편지로 그 마음을 전하자 싶었어.



첫째 일요일엔 서리산이라고

축령산이 너무 높아 그 옆산을 올랐었어.

주중엔 '흥선대원군묘'를 찾아서 이미 초라해 져버린

조선왕조의 흉물처럼 방치된 쇄국정치가의 무덤에

핀 '서양민들레'를 뽑아 주고 왔단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엔 '모란공원'을 찾아

모란공원내 '민주열사들의 묘역'에도 참배하고,

그옆 모란조각공원에 들러 평화로운 일요일을

보내고 왔어.

이번주엔 '다산생가'를 꼭 가볼 생각이야.

여기 이사오면 가보고 싶은 곳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었거든!



오월이 깊어 가고 아카시아는 피어나서

향기로움을 품어 내고 있다.

덩굴장미도 하얀 찔레꽃도 꽃봉오리를 한껏

부풀리고 있는 계절... 그치만, 어쩐지

벌써 여름인것만 같은 그런 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승의날'이라는 오월 최대의 명절(?)

이 낼이구나. 어떤 선물을 해야 하나

정작 스승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이렇게 생각만으로 걱정이 많아진다.

주희는 뭘 준비했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