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가을이라고 하셨나요? 글쎄요... 엊그제 여름의 끝자락을 끝내 놓치고 말았으니.. 가을은 가을이지요... 한 여름의 맹위를 떨치던.. 그 무더운 여름 날.. 가는세월을 두고.. 잠시 순간이라도 멈추게 하려고 여인의 안간힘으로.. 여름의 모서리라도 잡으려고 했는데.. 세월은 무정하게 뒤 돌아 보지 않았고 ... 황급히 지름 길 재촉하여 길 떠났씁니다. 가는 세월을 두고 원망을 한들 무슨 소용.... 놓치고 마는 우리들의 비극이지요. 님! 오늘 밤은.. 유난히도 밤 벌레소리가 높은 音으로 목청을 돋구우니... 이 여인의 심정을 대신하는 가 봅니다... 이런 말.. 님에게 할 줄 예전에 미처 모랐씁니다. 아직도... 그대의 殘影이 남아 있을 줄... 세월이 흐르면 당연히 지사... 잊을 줄 알았는데.. 그 건 나만이 간직한 어떤 오해였나 봐요... 오후 한나절 수금하고 돌아 오는 그 길목... 만발한 코스모스 꽃잎을 유심히 바라보았지요. 지금은 한참 아름답게 피어있겠지만... 언젠가 저 예쁜 꽃잎도.. 님처럼 바람따라 지고 마리라. 그리고 우리 곁을 떠날거라고. 이 여인이 끝내 그대를 잡지 못하고... 이별한 그 순간도... 코스모스 꽃잎 뚝 뚝 떨어지는 가을이 깊어 가고 있었답니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있음인지.. 계절의 깊이가 더욱 더 심합니다... 님! 우리가 만나려고 약속한 그 날은... 아직도 한달하고도 일주일.... 어쩌면 코스모스꽃잎 찬 바람에 다 날리어.. 당신을 찾을 시에는.. 한아름 주지 못함은 아닐까 두렵씁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밤 벌레소리가 넘 시끄럽씁니다.. 아직도 잠못 이루고 있는 이유는... 이 밤 벌레 소리 땜이지. 님에대한 그리움이라고.. 그 어떤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음입니다.. 2001.09.03 자정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