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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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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한 친정집


BY joeunhome 2000-12-27

우리 친정은 시골이다.
아주 산골짜기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풀벌레소리 뻐꾸기 소리가
뒤엉킨 그런 평범한 시골.
그런 시골에 집들이 새단장을 하고있다.
예전에 쓰이던 아궁이도 뒷산에서 겨우내 긁어 모았던 솔가지도
아궁이 가득했던 재들도 이젠 퍼내지 않아도 따스한 방에서
지낼수 있는 집들이 서로를 뽐내며 그 시골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친정집도 우여곡절 끝에 허름한 옛집을 버리고
새집을 들였다.
새집을 들이던날, 우리 가족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서운함과 기쁨의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이유인 즉슨, 친정엄마가 그 허물어 가는 부엌에서 이젠
좀더 편안해졌다는 것과, 알콩 달콩 지냈던 어린 시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도 유명했다.
좀 창피한 일이지만, 여지껏 아궁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연기가 굴뚝을 타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고
불을 지피면 다시 아궁이를 타고 나오는 것이다.
한 여름엔 비가 오거나 장마가 지면 부엌을 거의 사용할수 없었다.
부엌 바닥으로 스며드는 물을 퍼내느라 밤잠도 설쳐야 했고.
한 겨울엔 허물어진 부엌 벽틈사이를 간신히 바람막이로
쳐놓은 비닐사이를 세찬 바람때문에 추워서 바들바들
떨어야했고, 아궁이로 새어나오는 매캐한 연기와 재들 때문에
눈,코, 입에선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한번 불을 지피고
나면, 원시인이 따로 없었다.
그러기를 벌써 몇해 였던가!
그런 우리집에 새집은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었는지.
새집이 생기면 그런 부엌에서 밥을 안해도 될것이며
방바닥은 따뜻한데 공기는 차가운 우풍도 없을 것이며,
잠 설치며 멀리있는 화장실 까지 갈 필요없을 것이며,
밥 상위에 뽀얗게 얹은 재때문에 손님들한테 미안함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새집에 들어서니 왠지 낯선 느낌은 무엇인지!!
그 어린시절 동생들과 몸부림치며 문풍지에 손가락 넣어
북북 찢어내던 것도, 삐걱거리던 낡은 마루도, 높다랗던
통나무 천정도, 까맣게 그을려 형태도 알수 없던 전깃줄도,
방구석,구석의 거미줄도 이젠 없다.
아련한 추억만, 그 추억만 남아있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 때문에 가슴 아파하지 않아서 좋다.
추위 때문에 걱정 안해도 되니 그것처럼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아무튼, 새집에서 건강하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옛 이야기 하시면서, 오손도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