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우울하고 침체된 늪에서 너무 허우적댄 거 같다.
오늘은 모처럼 기운을 내어 친정엄마와 외출 준비로 아침부터 서둘렀다.
세 아이를 준비시켜야 하기 때문에 친정엄마와 둘이 준비한다해도 손이 모자랄 지경이었지만 부산하게 이리저리 챙겨 막상 길을 나서니 날씨도 쾌청하고 기분도 상쾌했다.
어디로 간다지?
차는 탔는데 목적지가 없으니 바퀴가 굴러가는대로 갈까?
호수공원? 월드컵 공원? 아니면 ???
그러다 월드컵 공원쪽으로 차를 몰았다.
큰아이는 한참 나가자고 조르는 나이라 나오니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아가들은 뒤에서 조용히 잠을 잔다.
월드컵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더구나 오늘은 여성마라톤대회라나?
가족끼리, 연인끼리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었지만 그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고 행복해 보이고 또 아름다워 보였다.
5월의 날씨가 이렇게 쾌청한 줄 오늘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난 평상심을 되찾고 있나 보다. 아니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남편의 자리가 비워져 있어도 더 이상 쓸쓸하거나 슬프거나 외롭지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마라톤 행사가 끝나고 이벤트로 무대공연이 있나 보다.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 성악가인데 그가 '웨딩드레스'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바늘님이 쓴 글에서 본 '웨딩드레스'
그 노래를 들으며 나도 흥얼거렸다.
눈물까지는 아니어도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길지도 않은 인생, 더구나 젊은 이 시절을 서로 아끼고 위하며 아름답게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욕심일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오늘 외출하고 돌아오니 기분이 한결 가볍다.
이제 어둡고 우울한 생각들, 그리고 그런 기분들 모두 거두어들이고 나의 시간들을 즐겁고 아름답게 보내려 한다.
벌써부터 매주 나들이 계획을 세운다.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