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성관계 동의 앱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74

어버이날


BY 나비 2003-05-09

.. 어버이 날이 코 앞이다.

울 엄마 앞으로...
이 굵은 목에 리본하나 묶어서 쨘~하고 나타나면
다른 선믈이 무에 필요하시랴..
그저..
이 한몸이 선물 자체인것을.


어렸을적 등이 간지러우면 웃도리를 훌러덩 걷어부치고
무조건 엄마 앞에다가 들이민다.
그러면 엄마가 쓱쓱 싹싹 거칠거칠한 손 바닥으로 등을 긁어준 다음에
마무리로 등어리를 한차례 짝하고 때리면 하얀 등짝엔 빨간 손바닥 자욱이 선명하게 나곤 했는데
이제 다 긁었다는 마무리 표시이기도했다.


"엄마...
내가 어버이날 선물로 등어리 긁어줄께.."
엄마 옷 속으로 손을 넣어서 등을 쓱쓱 긁어주니
"어이구~시원하다
어이구~시원햐..."
시원하다 소리를 입에다 붙여놓고 자꾸 긁어달라고 하신다.

하기사 등이 가려우니 누가 긁어줄 사람이 있나..
긁어줄 사람이 없으니 가렵다고 말할사람이 있나..

등을 긁어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신다.
문을 나오기전에 마지막으로 또한번 ?J어주고
이번에는 마무리로 등짝을 소리나게 한번 때려주기까지 한다.


딸순이랑 **백화점 입구에서 만났다.
비가 구질구질 오니 몸이 으실으실하다.
금감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지하에 가서 칼국수를 시켜놓고보니
앞자리 옆자리 이자리 저자리 ...
순대, 모밀국수,튀김,비빔냉면에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김밥까지
먹는음식을 보니 종류도 여러가지, 맛있게도 먹는다.
그래도 비 오는 날은 칼국수가 제일이여...

배가 든든하니 겁날것 없이 돌아 다닌다.
할일없이 1층부터 8층까지, 8층부터 지하까지
혹시 싸고도 좋은게 없을까...눈에 불을 켜고 다니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
기운좋고 날쌘 사람들이 비호같이 물건을 사가지고 간다.
쩝!

딸순이가 아빠 졈퍼를 하나 샀다.
점원 말로는 정품인데 오늘 하루 한정된 장수만
세일해서 판다고 하지만
세일이 저 가격이면 세일을 안할땐 얼마란 말인가?
주저주저하는 나 대신 돈 쓰는데 배포큰 딸순이가 카드 긁는다.
둘이 합창하듯이
세일가격은 띠어내고 정품 가격은 붙여서 포장해주셔요~~~
점원 아줌마가 웃으면서 포장하러간다.



엄마것도 사라고 하지만 아르바이트 하는 놈이 무슨 돈이 있겠나 싶어서
사양하는척 하다가
이벤트 홀에서, 가격도 만만하고 ,아주 예쁜 핸드백을 골랐다.
예전부터 가방하나 사려고 둘이 만날때마다 고르러 다녔지만
이래저래 안성맞춤인게 없어서 사지 못하고 있었는데,
딸순이가 "엄마 버티고 버티더니 오늘 하나 건졌네...정말 이쁘다"
그 소리에 벌쭉하는 맘으로 한번 더 쓰다듬어 본다.

콜라 한잔을 물 먹듯이 벌컥벌컥 들이킨후에, 부지런히 지하철을 탄다.
항상 막차는 텅텅 비어서 가기 때문에 자리 걱정은 하지도 않았는데..

버스터미널 초입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거의 젊은 사람들로 손에는 오천원짜리 꽃바구니가 들려있기도 하고
선물 보따리가 들려 있기도 하다.
어버이 날이라고 집에들 가나보다.
아직도 효자 효녀들이 이렇게도 많다니,
내 마음이 다 배부르고 홋홋하다.



길게 늘어진 줄에 가서 한참을 서있다 표 한장 사들고 승차장에 가니
비는 여름날 폭우처럼 세차게 쏟아져서 차양 밑으로 피해 서있어도 사정없이 바짓자락이 젖는다.
좌석이 있는 사람만 차에 태우고 입석표 가진 사람은 한줄로 길게 세워 놓는다.


옆 차선에서 증차를 한다고 한다.
스르르 차 한대가 소리도 없이 오더니 서있던 사람들을 몽땅 앉히고 떠난다.
부러움의 눈길로 쳐다보니..

검표원 아저씨 숫자를 센다.
27,28,30,.....
난 28이다.
일단 안심이다.
보통 좌석이 40석이니까.널널한 마음으로 한시름 놓는데,
앞쪽에서 시끌한 소리가 들린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아주머니가 새치기 하다가

아주..
많이 ..혼나고 뒤로 ?겨간다.
그 아줌마가 새치기 하면 나의 번호는 29번 이 된다.

드디어,
소리도 없이 버스가 들어오는데..
아뿔사!
28석 우등 버스가 들어오는거였다.
차례차례 버스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맨 꼴지에 한 자리가 나의 몫이다.

혹시 버스안에서 새치기 당하면 지켜줄 검표원 아저씨도 없는데,
그 자리도 감지 덕지 얼른가서 몸뚱이를 내려 놓는다.


서 있는 사람들이 앞자리 까지 ?? 차있다.
기사 아저씨 마이크를
"비가 많이 오고 ,서 계신 분들도 많으니 천천히 안전운행 하겠습니다" 라고 하시면서
"잡을데 없으면 제 머리채 라도 잡으세요 ' 하시니 사람들이 한 맘으로 모두 웃는다.

맨 꼴지 구석에 앉아서 한시름 돌리고 생각해보니
검표원 아저씨의 예리한 눈길과 손짓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기사 아저씨 머리채라도 붙들고 가고 있을까 생각하니 아무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