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
간만에 일찍 귀가하신 서방님.
틈만나면 코골고 눕는 통에 일찍와도 결코 반갑지는 않았지만
겉으로는 "어머 자기 웬일로 이렇게 일찍,아이 좋아라 ㅎㅎ"
으-웩, 닭살.
애교아닌 애교를 떨어가며 반겨 맞는척했는데 느닷없이 하는말
"은행 털러가자"
아니 이게 무슨 말쌈.
형편이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은행이라니 여기가 무슨 서부에 나오는 개척시대도 아니고
갱들이 득시글 거리는 할렘거리도 아니고 .
"자기 혹시 자폭하려고....
진정하시와요. 아이들은 어쩌고 저쩌고..."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애원반 협박반 마구 떠들었죠.
어이없이 한참을 보고있던 서방님 왈
"이 여자가 무슨 소리고 정신이 있나없나.
쓸데없는소리 그만하고 빨리 장대하고 바께쓰 챙겨라."
아뿔사,
그은행이 그은행이 아니란 말인가?
사연인즉,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은 계획도시로서 도로마다
가로수를 은행나무로 심어놓고 있걸랑요.
그런데 우리집 주변도로의 은행나무들은 암수 서로 너무나 다정해서인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거든요.
시의 재산이니까 결국 시의 주인인 우리가 아무나 따면 임자인거 있죠.
평소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우리 서방님 은행익기를 기다려
작심하고 일찍 귀가하여 털러가자고 한거죠.
그런데 아쉽게도 그날 우리는 결국 은행을 털지는 못했더랍니다.왜냐하면 이미 발빠른,주인의식을 넘치게 가진 동네 노인분들이 이미 다 털어가고 무성한 잎들만 도로에 지천이었답니다.
허무함...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것은 노인분들이 잎들을 모조리 털어내지 아니하여곧 노랗게 물든 은행잎은 즐길수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