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온 방문을 다 열어제끼고 집안 곳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엄마를 찾았었다, 때마침 엄마가 있으면 다행으로 기분이 좋고 사는 보람같은 것을 어린나이지만 느낄 수 있었는데 엄마가 없으면 모든 것을 잃었는 것 같은 상실감과 무엇으로도 메꿀 수 없는 엄마의 빈자리는 나에게 참 크게 다가 왔었었다, 모내기철이 되면 엄마는 이 집, 저 집으로 모내기를 도우며 돈을 벌러 다니셨고 엄마의 얼굴은 쌔까만 흑인처럼 까맸었고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진짜 아프리카 새깜둥이 마냥 머리도 뽀글뽀글 엄마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사진이 있다...
난 적어도 나는 커서 엄마가 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맛나는 간식을 해 놓고 집안도 깨끗하게 치워 놓고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 주어야지 뭐 이런 류의 생각들을 그 시절에 참 많이 했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난 엄마와 똑같이 직업전선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두 아이들이 엄마의 부재를 얼마나 절실히 느끼는지를 한번씩 자각을 하고 있지만 내 사는 것에 바쁘고 지친 직장생활로 또 여러 가지 일들도 아이들에게 동화책 한번 읽어줄 시간을 마련하지 못 하고 있다, 우리 우리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2학년이 된 큰 놈은 얼마나 더 외로울까,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 보니 우리에게 진정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인지 과연 돈으로 아이들에게 보상을 해 주는 셈 치고 이 학원 저 학원 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예전의 100만원의 가치는 참으로 컸지만 요새는 100만원의 가치도 하락하고 돈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시점에 우리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면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예전의 어른들은 그렇게 말씀을 하신다, 남자가 10원을 벌어오면 여자는 집에서 10원어치만 쓰면 되고 100원을 벌어오면 100원을 쓰고 그 돈 한 도내에서 여자가 알뜰살뜰 잘 집안을 보듬는 것이 여자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나도 지금 버는 돈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닌 것 같다,그런데도 늘 모자라는 것 같고 내 수중에는 늘 돈이 모자란다, 이렇게 두 부부가 반듯한 직장에서 맞벌이를 해도 이렇게 두 아이 키우고 시부모 공양하고 모든 것이 빠듯하기만 한데 엄마는 어떻게 홀로 벌어서 5남매를 키우셨을까???
왜 남들이 우리 엄마 보고 여장부니, 대단하다는 두 그런 말들을 하는지 이해가 이제는 좀 되는 것 같다, 아이를 낳아 봐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고 아이를 낳고 나도 직업전선에서 돈을 벌어 보니까 엄마의 고생은 반듯한 직장도 아니고 화장품장사, 통닭집, 수퍼, 부식가게, 남의 집 품앗이,보험 등등 안 해 본 일이 없는 엄마는 진정 이 시대의 수퍼우먼이었다.
그래도 틈틈히 계란과자며 부침개, 카스테라, 호떡, 수제비, 감자전, 등등 맛 나는 간식들을 순식간에 잘 해 주었던 우리 엄마...
고모집 결혼식에서 어저께 뵈었는데 눈가에 자잘한 주름과 자신감을 상실한 듯한 엄마, 저러시다가 당뇨 합병증이라도 오면 어쩌나, 걱정이 눈 앞에 훤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