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한 돌들이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닷가에서 우리 가족은 따개비를 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따개비를 더 많이 따겠다며 옷이 다 젖는지도 모르고 바닷가 돌 틈을 뒤지고 있는데,
저만치 뚝 떨어져서 아버지 체면에 더 많은 따개비를 따겠다며 열심히 따고 있던 남편이 갑자기 큰 소리로 아이들과 나를 불렀다.
워낙 다급한 부름에 나와 아이들은 황급히 그 곳에 뛰어 가보니
큰 돌 틈 사이에,
하염없이 쓸려오는 파도에 온 몸을 적셔가며
어느 낚시꾼이 버리고 간 낚시 줄에 꼬챙이 같이 여린 발목이 묶여 버둥거리는 갈매기가 가엾게도 앉아 있었다.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갈매기를 그렇게 가까이 보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다.
순간 아이들과 나, 남편은 어찌 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허둥지둥 하였으나
지난밤도 그곳에 묶여 보냈을 것 같은 다 지친 갈매기를 그냥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를 도와 주려 애쓰는지도 모르는 갈매기는 순간 공격 자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너무 지쳐 붉은 눈망울만 겁을 삼키며 껌벅 이고 있었다.
나와 가족은 합심하여 지천으로 널려 있는 돌을 주워
낚시 줄이 걸쳐있는 바위를 내리치니 한번엔 안되고 여러 번만에 뚝 끊어졌다.
그와 동시에 갈매기는 푸른 창공을 향해 훨훨 날아 올랐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본능으로 지난밤의 공포와 지침도 다 잊은 듯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한줌씩이나 될까 싶은 따개비를 들고
집에 돌아온 아들은 배가 고프다며 초코파이 한 통을 사왔는데,
그 통속에 한 통 더 받을 수 있는 딱지가 들어 있어 운 좋게 한 통을 공짜로 또 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또다시 한 통 더 딱지가 들어있어
연이어 또 한 통을 공짜로 받아서 그 날은 온 가족이 초코파이를 물리도록 먹게 되었다.
이것이 지난 여름의 이야기이다.
날이 좋은 어제도
산에 가기 싫어하는 나를 남겨두고 남편과 둘째는 벽장 구석에서 일년에 한번 쓸까말까한 배낭을 꺼내 메고 뒷산에 고사리를 뜯으러 갔다가 배낭 한 가득 고사리를 뜯어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배낭 속 고사리를 다 비워내고
구석에 든 휴지며 가져갔던 칼을 꺼내던 남편 하는 말이
“어! 이게 뭐야. 이게 웬 돈이지? 뭐야? 이게 언제 적 돈이야?”
하는데 작은 놈이
“어! 복 받은 거다. 무덤 속 할아버지가 복을 주신 거야!”
산에서 고사리를 뜯던 중
풀이 무성한 무덤 하나가 있어 살피며 고사리를 찾고 있는데
무덤 가에 고사리가 어찌나 많은지 제법 많은 고사리를 뜯었다고 한다.
그 무덤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또 다른 무덤 가엔
누가 다녀갔었는지 과일이 놓여 있는데,
고사리가 많았던 무덤엔 풀만 무성하고 하도 쓸쓸해 보여
둘째 놈이 손을 합장하고는
“ 할아버지, 고사리를 많이 주어 고맙습니다.”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를 거기에 대고
제 맘대로 할아버지라 이름지어 몇 번이나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는 것인데,
남편도 그 무덤이 왠지 쓸쓸해 뵈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털어 본 배낭 속에 언제 넣어 둔지 기억도 없는 돈 이 만원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곤,
작은 놈이 무덤 속 할아버지를 들먹이며 복을 주었다고 한 것인데,
작년 여름 바닷가의 갈매기를 구해주고
초코파이 한번 더 딱지에 연 달아 당첨 됐을 때도 그렇게 말 했었다.
“갈매기가 복을 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