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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겆이하는 나의 아버지


BY soaauq(큐) 2001-08-31

엄마와 아버지는 8년차이 부부.
올해 연세가 엄마는 일흔여섯, 아버지는 여든넷.
올봄에 엄마가 중풍으로 쓰러지고 아버지의 고달품은
젊은 시절의 것과는 비교도 안될만치 피곤하시다.
변변치 못한 자식들 덕에 육신의 고단함은 둘째치고라도
삼십여년의 부부의연 마져 
마음의 서러움으로...쌓인다.
조용히 거실 한곳에 웅쿠리고 앉아있는
등굽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나의 마음을 저민다. 

내 아버지는 참으로 가정적이며 부지런한 분이다.
어릴적에 아버지는 종종 부엌에 들어가 쌀을 씻어서 밥도하시고,
가마솥 걸려있는 안방의 군불이며,
작은방의 연탄부엌까지 아버지의 ??이었다.
새학기에 받아온 공책은 하얀 달력을 뒤집어서 정성스레 쌓아놓고
연필은 면도날로 깔끔하게 다듬어 주셨다.
일상생활에서 부지런 하심은 말할 나위도 없을 정도다.
...내 아버지는 늘상 그러는 줄로만 생각했다.

우리집에 엄마,아버지가 계신지 두달이 넘어간다.
얼마전 부터 퇴근하고 집에오면 부엌의 설겆이가 돼있었다.
그날은 모른 척하고 넘어갔는데,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싱크대 앞에 수세미를 들고 구부정하게 서계셨을 아버지.
설겆이 하지말란 내말에
"하루 종일 바쁜지도 않는데 뭘..."하신다.
하루종일 엄마의 보초병처럼 대기하고 계시면서
이 막내딸 힘들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