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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동산을 향해.


BY 샬롬. 2003-05-04

애초엔 '축령산휴양림'을 갈생각으로 나선 길이었다.
매표소앞에서 표를 사고 강아지 두마리가 서로 장난질 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축령산 휴양림이라고 쓰인 팻말 앞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축령산 휴양림 3.65km,를 본순간,
아이둘을 데리고 가는데만 3시간 가량이 걸린다는 축령산을
올라갈 엄두가 안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왼편에 2.80km인 '서리산'이란 팻말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대로, 더군다나 '철쭉동산'2.05km래서
마침 잘 되었다 싶었던 우리는 그래 서리산으로 올라가자 했다.
유난히 늘씬하게 쭉쭉 뻗어 있는 소나무 잣나무숲을 지나며,
솔숲아래 한무리씩 자라있는 야생화꽃에 눈길을 주는데
소나무숲이 끝나자 마자 가파르고 다소 위험해 보이는
바위산이 떡하고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어쩌나, 동네에 있는 산책로가 잘 닦인 야트막한 산만
오른 내가 과연 이 고행의 길을 잘 올라 갈수가 있을지
도저히 감이 안잡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보다 오히려 씩씩하게 아이들이
저리 앞장서 가는데 엄마인 내가 거기서 물러 설수는 없는
일이었다.
헉헉대며 오르는 길 중간중간,자줏빛을 한 꽃들이 산속에
박힌 보석마냥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때마
나도 모르게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곤 했었다.

때는 오월,목하 자줏빛계열의 꽃들이 한창이었다.
철쭉이 그렇고, 산이 시작되기 전에 돌틈에 만났던 박태기나무꽃이며,
제비꽃, 수수꽃다리가 그렇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야생화들이
모두 자주빛을 띠고 있지 않았던가.
특히, 오늘 처음 보게된 박태기나무꽃의 자줏빛은
내마음을 몽땅 빼앗아 버릴 정도로 예쁜 꽃이었다.
어째서 그리 예쁜 색감의 이쁜 꽃이름이 '박태기나무'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과 안어울리게도 꽃은 저홀로 곱디고왔다.
흰색의 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다, 마지막으로 애기사과꽃이
피었다 지는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이 철쭉이 여기저기서
다투어 피어날 즈음엔 숲이 연두색에서 조금씩 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봄꽃들은 자취를 감추는 것 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오늘 산행을 하다 만난 많은 자줏빛 꽃들을
발견하고는 그간의 내 생각을 다시 해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특히, 힘든 산행을 마치고 버스를 타기 위해 내려오면서
본 농가 뒤란에 며느리밥풀꽃, 즉 금낭화가 피어있는 모습은
그꽃이야 말로 이 봄을 마지막으로 완성하는 꽃이 아닐까
싶었으니.... 그만하면 초록숲으로 가는 오월이야말로,
봄꽃을 완성하는 꽃의 계절이 아닐까 싶어지는 것이었다.

올들어 가장 기온이 높았다는 한낮의 햇살을 뚫고
헉헉대며, '철쭉동산'엘 올랐다.
산정상을 오백미터정도 남겨둔 철쭉동산엔 아직 철쭉이 동산을
이룰정도는 아니었으나, 어쩌다 가지에 하나씩 피워두고 있는
철쭉의 연분홍색은 오늘따라 유난히 푸른 하늘과 어울리며
고운 자태를 감상하기에 충분했었다.
다음주 즈음이 절정이라고 했다.
그때 즈음이면 연분홍 꽃터널속을 거닐수 있을 거라고 그랬다.
연분홍 고운 꽃잎을 파란하늘아래, 미풍에 하늘거릴
철쭉을 그려보며 올라온 길을 되돌아 왔다.
다리가 후들거렸고,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오늘의 이 산행이 오랫동안 이쁜꽃들과 함께
아름답게 기억될것 같다.

산행을 오르기전 농가의 뒤란에 수줍게 피어있던
며느리밥풀꽃의 애절한 사연과 함께, 울타리를 대신하던
황매화의 노란 행렬을 또한 내 기억의 사진첩에 고이 간직해
둘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