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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회초리


BY 인연 2001-08-31

..............................................................................................................아버지의 회초리
유년시절 나는, 나보다 두 살 많은 형과 무척이나 싸우며 자랐다.
그 싸움에 동기는 날이면 날마다 달랐다. 하루는 아버지나 형들이 시키는 심부름을 서로
미루다 싸웠고, 또 하루는 형에게 대든다고 싸웠으며 그 다음날은 먹을 것을 가지고 싸웠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가 싸울 때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지 않고 둘을 싸잡아 꾸중을 하였다.
어머니의 꾸중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려도 될 만큼 우리들에겐 두려운 존재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우리들이 싸움을 목격하면 기껏해야 부지깽이를 들고 쫓아오거나 폼만 잡다가
큰소리만 치고 말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머니는 공포의 대상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싸움을 하다가도 나는 나대로, 형은 형대로 어머니에게 불만을 토로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아버지가 집에 없을 때 싸움을 하면 회초리를 맞지 않아서 좋았고 서로를 향하여
소리를 바락바락 지를 수 있어 속까지 시원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집에 있는 날이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형제는 서로가 아무리 잘못을 해도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소리한번 지를 수도 없었고
어지간한 잘못을 가지고는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부득이하게 싸움을 하게 되면 아버지의 눈을 피하여 뒷마당으로 서로를 끌고 가거나
집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평소에는 싸움이 될만한 서로의 잘못도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아낼 수가 있었고
싸움의 횟수도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 줄어들었다.
아버지는 우리 집안의 가풍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거나 위계질서를 망각하여 상명하복하지
않으면 자식으로서 취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자주 하였다.
이러한 아버지의 위엄 덕분에 우리는 형제간의 싸움을 자제할 수가 있었으며, 아버지가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날이면 마음에 없는 우애도 가끔씩 나눌 때가 있었다.
아버지의 눈에는 이런 자식들의 속내와 다르게 다른 집 자식들보다는 착한 자식들로 보였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밖에서 친구들과 싸움을 하는 것도 몹시 싫어하였다.
친구들은 밖에서 싸움을 하다 터지고 들어오면 부모들까지 나서 집안싸움이 되기
일쑤였지만 아버지는 그런 부모들을 자식들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다고 나무라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밖에서 친구들과 싸우다 코피가 터지거나 억울하게 당했을 때도 집에
들어 갈 때는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세수를 하여야 했다.
만약 밖에서 싸움을 했다는 것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그날은 아버지의 회초리가 우리의
종아리와 접견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집에서 싸우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생전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밖에 없는 남매이면서도 아이들은 싸움을 할 때면 서로 원수가 될 것처럼 싸운다.
아이들은 서로의 잘못을 따지며 소리를 지를 때면 귀가 따가울 정도이며, 부모가 있든 없든
자신들의 화가 풀려야 싸움을 끝낸다.
아버지의 지론인 상명하복의 정신과 가풍을 생각하는 싸움은 상상하지도 못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상명하복이 어떻고, 가풍을 생각하라는 것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그저 나도 아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다 지나치다 싶으면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거나 회초리를 들고 엄포를 놓는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의 싸움판에는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만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싸움도 자유롭게 한다.
이 시대 아버지는 아이들의 싸움에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 이것도 시대의 흐름인지,
유행인지 모르겠지만 형제간의 싸움을 회초리로 다스렸던 아버지의 위엄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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