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하루의 아침을 연 나는
오랜만에 직장으로 찾아오신 아버지를
오후에 만났습니다.
함께 다니면 언제나 삼촌같다고
늙지도 않으신다던
나의 아버지에게서
나는 예전에 보지 못한 늙어가심을 읽어 내립니다.
초췌해지신 모습에 괜히 가슴밑바닥이 아려서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앉아서
인사만 건넨채 어떻게 오셨느냐 말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내가 지금의 직장에 취직을 하고
스물하나가 되었을 때
나의 어머니는 먼 곳으로 영영 가버리셨습니다.
그땐 내 어머니에게 잘 해 주시지 않는
아버지를 나는 늘 어머니의 입장에서만
참으로 많이 미워했습니다.
그런 내 미움의 크기 만큼이나
지금의 나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사는게 뭔지.....
나 살기에 바빠서 딸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지내는 내게
아버진 오늘도 내 어깨위의 짐을 들어 주실 만큼의
기운도 없으신 모양입니다.
하는일마다 잘 안되어 최근에는 또 다른일을 시작하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친정오라버니도 함께 하시는 일이라
하셨습니다.
자금이 필요하다고 나에게 카드를 좀 빌려달라 하셨습니다.
그리 큰 액수는 아니지만 살림을 하는 아낙인지라
남편에게 말할수 조차 없는 나는 내 능력을 가늠해 보며
그리하겠다고 흔쾌히 말씀을 드립니다.
나의 형편을 말씀드릴 수 조차 없을 만큼
나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환갑이 한참이나 지난 연세에
이젠 자식덕 보고 편히 사셔야 할 연세에도
뭔가 해보시겠다고 열심히 다니시는 모습에서
난 내가 먼저 도와드릴 건 없는지 헤아리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에게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사람일은 참 한치 앞도 모르나봐요.
아침에 그렇게 행복해 하며 하루를 열었는데
그 상자속 카드의 이면에는 또 이렇게 아픈 오후가
들어있음을 몰랐으니까요.
언젠가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게 생각납니다.
"아버지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다. 하지만 너는 꼭 잘 살아야
한다"고 하시던......
새엄마와의 재혼을 반대하며 참으로 아버질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들...... 그 혼돈의 시간들을......
하지만 이젠 모두 잊고 싶습니다.
항상 나를 든든하고 자랑스럽게 대해주시던 나의 아버지만을
기억하며 살렵니다.
내가 아버지의 마음에 작은 등불이라도 되어 드릴 수 있다면
나는 언제라도 그 등불이 되어 드려야겠습니다.
나도 어느새 내 아버지가 지나오신 세월을 건너고
있음이 아버지와의 거리를 새삼 좁혀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껏 건강하시니 이 얼마나 좋은일인가
하며 난 또 내 아버지의 나머지 인생이
지금껏 헤쳐온 풍파를 모두 잠재울 수 있을 만큼의
좋은 시간들이 되기만을 바래봅니다.
무엇을 시작하려고 해도 가진게 없다고.....
큰 딸인 네가 제일 형편이 낫다고.....
자식에게 마지막까지 하고 싶지도 않을 말씀을 하실 수
밖에 없는 차가운 현실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게
한없이 한없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난 오늘부터라도 나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내 주위의 피를 나눈 이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만 같다는 .....
그것만이 내 가슴에 흐르는 눈물을 조금이라도
멈출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는게 뭔지.....
오늘 따라 왜 그리도 깊은 한숨으로 삶은
내게 다가오고 있는지요.
나의 어깨가 자꾸만 무거워집니다.
나도 힘든데.....
차마 그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제는 내가 나의 아버지에게 무엇인가 해드려야 하는
나는 아버지의 딸이기에
나는 오늘도 아버지께서 다 알지 못하시는
나의 길을 묵묵히 가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