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오징어 집이 어디있느냐 하면 이수역에 내려서
4번 출구로 나가서 한 이십미터정도나 걸을까?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소주에 오징어를 먹고
있는 정경이 눈에 들어 오거든.
이 집은 정말 산 오징어인데
한접시에 거짓말 안 보태고 딱 만원인거 있지.
깻잎에 오징어 몇점 올려 놓고 마늘 한조각 올리고
양파 한조각 얹고 해서 싸먹으면 정말 요샛말로
쥑이는거 있지.
소주 한잔 털어 넣고 앉아 있자니
옆 좌석에 두 남자가 털석 자리를 잡고
앉아버리네.
보아하니 노가다는 아니고 기술자 같긴 한데
건너편의 남자는 좀 젊어 보이더군.
"절망에의 분노"라는 책을 식탁에 내려 놓더군.
요즘 젊은 얘들이 보는 씨리즈나 환타지 소설은
아닌것 같았어.
둘은 직장동료였고 상당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같았어.
절망에의 분노는 기분이 좋아서 마구 떠들고 있었는데
이야기 중에 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한번
해볼께.
자기 처남 얘긴데 오랜만에 아이를 갖어 낳았는데
일주일만에 죽었다는거야.
그 뭐냐 선천성 심장병이래나 뭐래나 그 어린 핏덩이를
위에서 아래까지 쭈욱 째가지고 수술을 했는데
그냥 검은실루다가 드믄드믄 꿰맸드래.
이건 인간이라고 볼 수가 없었드래는 거지.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자기가 얘를 낳았는데
글쎄 그 얘가 선천성 심장병이더라는거야.
세상에!
얼마나 울었는지...
그대목에 나도 흘끗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쳐버렸어.
미안하다고 목례를 했어.
그냥 좀 미안하더라고.
수술을 세번은 해야 한다는 병원의 말을 듣고
그냥 땅이 꺼지고 하늘이 무너질거 같더라는거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처남아기가 생각이 나서
도저히 수술은 못 시키겠더라는 거지.
증세가 그렇게 심각하진 않고 해서 그냥 키웠대.
한 세살쯤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았더니
뭐 수술할 정도는 아니고 어쩌면 자연스럽게 구멍이
막힐 수도 있으니까 기다려 보자는 결과를 듣고'
야! 병원말을 다 믿을 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하늘이 뜻으로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으니 별로 걱정이
덜 되드라는 거지.
정말 하늘의 도움있을까 그 아이가 지금 열살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운동도 잘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정상아가 됐더라는 거지.
병원에서 구멍이 자연적으로 막혔으니 수술할 필요도 없고
정상아라는 판단이 나오자 눈물부터 나오더라는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