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들의 휴가가 끝나고 귀대하는 날이다.
전같으면 눈물을 찔끔거리고 할텐네...
1달에 한번꼴로 나오다보니 맘이 많이 풀어진탓인지
가는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첨만큼 눈물흐르고
그렇진 않다.
"젤 먹고 싶은거 말해. 점심때 해줄께"
"떡뽁이요"
"아이구 그넘의 떡뽁이 질리지도 않냐?
매일 해먹었잖아"
"그래도 부대 들어가면 다른건 다 먹어도 떡뽁인
몬먹거든요. 글고 엄마 떡뽁인 가히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맛이거든요."
"아이구 울 아들이 역시나야. 니 아빠보다 낫다"
생전 그런 칭찬 할줄 모르는 울남편 휠끗 쳐다보며
"들었지? 들었지? 내 떡뽁이 맛이 예술의 경지란말.."
"저넘 미각은 별로드라"
"뭐"
그저 마누라 괜찮타는 꼴은 죽어도 몬 보는 이 남자. 어휴.
성질데로 했슴 A/S 라도 시키면 좋으련만....
반품도 시효가 지나서 안되요(시부모님 다 돌아가셨어요)
"당신은 빈말이라도 맞다 캐주면 하늘이 두쪽나?
월남간 김상사가 와? 죽은 심봉사가 환생해? 나 참"
"또 시작이다"
남편말에 밥묵다가 울식구들 하하하.
어이구 이럴때는 현모양처가 참아야지.
아들한테 피가 되고 살이되는 말을 해줄 차례다.
"얘. 너 우짜든동 3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묵고 행여
사귀는 여자가 고무신 꺼구로 바꿔 신어도 탈영할 생각
꿈에도 하지마."
"고무신 바꿔 신을 여자 없어요.구두라면 몰라도..."
"그럼 일단은 탈영 안하겠네. 좌우간 탈영하고 싶음
제대후에 탈영해"
"하하하"
저넘 낳은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이만큼 자라서 탈영운운
농담까지 하게 되니 감개무량타.
날 닮아 얼팡해서 군에서 맨날 터지지나 안하는지 걱정이다만
본인이 맷집좋아 괜찮타니 괜찮겠지 뭐.
"어머니 내 제대할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셔요.
노후는 내가 학실히 책임질테니 걱정 붙들어 매시고요"
"그래 100% 그말 믿는다."
"그리고 어머니. 세탁기 시리즈요, 그아들 너무 욕하지 마세요"
"이넘아. 늙은 어미 세탁기에 버리는넘 욕안하고 안씹게 됐냐?"
"그래도 그 아들은 세탁기 속에 돈도 넣어놨담서요?
그럼 좀 양심이지, 내같으면 돈 안넣어놓겠다. 이왕 욕 묵는거
돈은 뭐하러 넣어놔..."
"아이구 이넘 봐라. 나중 진짜 날 세탁기에 버릴넘이네."
"어머니. 전 절대 세탁기에는 안버릴께요.
널널한 장농속에 버리면 문열고 나오세요"
모자간 주거니 받거니 하는말 듣고 있든 남편이
"잘들 한다. 그 어미에 그 아들이네"
근데 울딸이 옆에서
"그 할머니는 아들 이름 말 안했지만 엄마는 아들 이름
물으면 당장 말할거야. 호호호"
"뭐? 야들이 어미를 완전 갖고 노네"
밥 다 묵고 나니 웃는 바람에 소화가 다 돼 버렸는지
돌아서니 또 배가 고프다.
부지런히 떡뽁기를 만들어서 아들넘 먹이고...
좀전에 아들넘 나한테 거수 경례하고 씩씩하게 떠났다.
울라고 했는데 좀전에 웃어서....
웃다가 울면 어디어디 솔 난다기에 울지도 몬하고....
그러구로 또 하루가 그럭저럭 가는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