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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을 근거로 한 안락사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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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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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BY 마마미야 2000-05-29

아침에 아들녀석을 데려다 주러 가니 어머니는 내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않으신다.
그냥 인사하고 대문을 나서면서 난 왜 내가 어머니 눈치를 봐야하는지, 그리고 왜 어머니는 내게 화를 내셔야 하는지 생각하다 은근히 화가 나기 시작한다.
어제의 일 때문이겠지... 마누라 좀 편하게 해주려고, 생각없이 몇 마디 한 당신 아들 때문에 화가 나신것이 아직도 안풀려서, 그저 당신 아들은 마누라한테 꼼짝못하는 여린 사람이고, 며느리인 내가 아들 부추긴 괘씸한 놈이 되어버린거겠지..

주말 부부인 우리는 일주일 중 일요일 단 하루를 위해 6일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애 6년, 그리고 결혼 3년...그 기간을 함께하고도 뭐가 애절할까 싶겠지만, 그 기간의 절반은 남편의 군입대, 그리고 공부 등의 이유도 떨어져 있어야했고, 지금은 아예 주말부부다. 그것도 남편이 5시간씩 기차를 타고 토요일 밤에 도착해서 일요일 밤차로 올라가야 하는.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 대해 애절하고, 그립다. 그런데 그나마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 중 절반을 또 뺏겨야 한다니 내가 오히려 화가 날 지경이라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까?
남편 군대 가 있는 동안 기다리고, 또 올 해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뒷바라지 하는 동안 우리 어머니, 우리 아이 봐주시는 것에 대해 생색한번 안내시고, 오히려 내게 미안해 하며 잘 해주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이를 맡기는 일일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내 직장생활이 이젠 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닌 취미생활 정도로 여겨지게 하신다.
그리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우리의 함께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중 반나절을 내어드려야 한다.
어제도 몸이 안좋으니 점심 때 내려와서 밥을 하라시는 전화를 받고도 갑자기 들이닥친 친정부모님 때문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계속 전화를 하신다.
난 정말 속이 부글부글...왜 큰 며느리는 불편하고 내가 만만해야 하는지...왜 친정부모가 왔다는 말도 못해야 하는지...왜 주말이면 늘 내려가뵈야하는지...
친정부모님이 가시고 난 남편에게 한바탕 퍼부었다. 그랬더니 생각없는 우리 남편, 내려가자 마자 왜 홍승이 엄마더러 내려와서 밥을 하라느냐고 싫은 소리를 하는 거다. 정말 기가 막혀서..
그 순간엔 얼른 어머니 편을 들어서 기분을 풀어드리긴 했지만, 우리 어머니가 누구신가. 아마 다음 주에 당신 아들 얼굴 보시고도 안풀리실 분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뜬금없이 저녁에 전화를 하셔서는 아들에게 서운하다고 그러신 모양인지, 마음 약한 우리 남편 또 어머니께 다녀와서는 "내가 안풀어놓고 가면 자기가 괴로워."한다.
흥! 어림없는 소리. 아들에 대해서는 마음을 푸셨을지 몰라도, 나에 대해서는 또 한동안 꿍 해 계실거라는걸 내가 모르나?
지난해 큰 아들 며느리가 기어이 분가해 나간 후로는 거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의지하시는 덕분에 내가 얼마나 고단한지에 대해 내가 새삼 떠들어봐야 무얼하리 싶은 마음에 한숨만 푹푹...

왜 이렇게 사는 것이 고단한지.
휴우증이 심한 월요일 아침, 어머니의 쌀쌀함으로 마음이 더 무겁기만 하다. 당신 친딸 같으면 출근하는 사람에게 저러실까...
하긴, 저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친정엄마였다면 또 이렇게까지 서운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슴이 답답하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