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하아콘 (Haakon) 왕세자가 평민 출신 미혼모인 메테-마리트 테셤 호이비 (Mette-Marit Tjessem Hoiby)와 25일 오슬로의 루터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 스웨덴의 구스타프 국왕 등 유럽의 왕족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결혼식의 주인공은 호이비 왕세자비였다. 하아콘 왕세자와 마찬가지로 올해 28세인 호이비는 식당 종업원 출신으로 마약 파티를 즐긴 과거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왕비로 떠오른 현대판 신데델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마약 복용과 폭력 전과가 있는 한 남성과의 사이에 낳은 4살 짜리 아들도 두고 있다.
호이비는 결혼식에 앞서 지난 22일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나는 사춘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심하게 반항했다”며 “나는 그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왕세자와의 결혼에 대해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마약을 비난하고 싶다”며 “나는 과거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고 싶고, 언론도 이를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이비의 왕세자비 자격을 놓고 노르웨이에서는 논란이 일어났지만,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40%는 호이비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았고, 84%는 그녀가 과거에 대해 솔직했다고 평가했다.
( 파리=박해현특파원 hhpark@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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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결혼 시즌이다...
남편의 친구들도...
나의 친구들도...
짝을 만나 끈을 묶느라 여념이 없다..
청첩장을 던져 넣을 주소를 묻는 전화가 사방에서 걸려오고..
우리는 통장의 잔고를 확인하며.. 축의금 걱정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밤잠을 애써 청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나는 다가오는 10월,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넣었다..
불과 차로 두 시간 거리의 고향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지만.. 갈 때마다.. 시댁이니 친정이니 들를 곳이 많아서 그녀가 결혼을 앞두고 있음을 알면서도 한 번 만나기는 커녕 전화 한통 넣을 여유조차 못내고 돌아오기 일쑤였던지라... 애써 짬을 내어서 전화를 했다..
"잘 되고 있니? 준비..."
"그렇지 뭐..."
"그래.. 결혼식 날짜는 언제랬지?"
"10월 7일...."
"추석 지나고 얼마 아니래서 난 아무래도 못 갈거 같으다..미안.."
"꼭 와.. 안 그럼.. 너 나 영영 못봐..."
친구가 말했다...
영영....
영영....
친구가 그렇게 말했다..
친구는... 뜬금없이 인도엘 간다고 했다...
인도 뱅가루루 라는 도시로 가서 신접살림을 차릴 생각이라고 했다..
"뭐.. 서울에서 살거라며?"
"근데.. 우리 신랑이 IT공부 더 해보겠다고 해서.. 알잖아.. 인도가 IT부문 세계 2위국인거... 그래서.. 가기로 했어.."
인도라...
문득..머릿속에 있는 골을 누군가에게 도둑맞기라도 한듯...
멍해지고 할 말을 잃었다...
언젠가.. 먼훗날.. 친구를 다시 만나면...
친구는... 뼈 마디마디가 앙상히 드러날 정도로 야윈 몸을 해갖고..
다리를 밸밸 꼬아서 오른쪽 발바닥을 왼쪽 귀에다가 붙이고는 정신 수련을 한답시고 나를 당황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름조차 알수 없는 이상한 풍토병으로 친구를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친구는...
거기 가면.. 환율상으로 한국돈이 귀해진다고...
거기 있는 한국 여자들은 골프 치고.. 정원사 두고.. 그렇게 그렇게 호강하며.. 산다고.. 자기들이 살 도시, 뱅가루루는 브라만 계급만이 사는 호화도시라고 나에게 우스개 소리를 했다...
그리고 나는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친구에게 눈썹 사이 코위에다가 점 하나만 찍고 뭐 하나 뒤집어 쓰고 나가면 인도여자래도 믿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그녀가 인도에 산들...
그리고 서울에 산들...
우리는 만나기 어려울 것이지만...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이국만리 머나먼 타향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니... 서글퍼졌다..
수개월 전..
그녀가 선을 보고.. 나에게 전화상으로 아줌마 대열에의 합류를 공표해왔을 때.. 나는 얼마나 내심 깊이 반기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녀는 떠나간다...
친구와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인도에 가서 일년 공부하고.. 미국에 가서 영영 살거라는 친구의 소식을 전하자.. 엄마는 대뜸...
"걔는 시집 잘가는구나.."
그랬다...
엄마의 말을 듣고보니.. 친구의 미래가 눈부시게 환해왔다..
이국적이라는 말....
그 말도 그 뉘앙스를 자세히 살펴보면.. 긍정적인 의미가 아닌가..
나는.. 아주 오래도록.. 이국적임에 목말라 하지 않았던가...
언젠가.. 남편에게 짬이 생기면... 나도 가족과 함께 어디 외국으로 나가 한 몇 년쯤 진득하니 썩어서... 꼬부랑말 몇 마디쯤은 서투르게나마 주워섬길 줄 아는 외국물 먹은 아줌마가 되어 오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라었던가...
나는...
오늘 나가서.. 이혼을 하고 배낭여행을 함께 떠난 젊은 부부(?)의 기행문이 실린 책 두권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집 한점 섞이지 않은 어둑한 시골 들판을 보노라니..
어디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며칠전부터 내가 다시 읽고 있는 만화영화 캔디에 나오는 그 여 주인공들이...그리고 언젠가 넋을 잃고 보았던 영화 센스앤 센스빌러티의 여주인공 엠마톰슨이... 그 가슴 시리도록 짙푸른 그 들판을 금새라도 뛰어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도...
치렁치렁한 치맛자락을 들어올리고...
기품있고.. 우아한... 하지만 천방지축인 바람과 사라지다의 비비안 리처럼..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고 싶어진다...
친구와 그녀의 남편에 앞날에..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며...
왕세자의 사랑을 얻은 아름다운 미혼모의 결혼생활에도 행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