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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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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말 꼭 하고 싶어


BY 아리 2003-04-16

집에 있는 사람이 맘을 먹고 날을 잡으면

해야할 일은 온종일 종종 걸음을 쳐도 아니되고

건너 뛰고 땡땡이를 치러들면 그야말로

아이들 다 컸겠다 무엇이 대수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귀신이라 불리울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집귀신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의 별볼일 없는 체력으로 아침과 저녁

식구들 다각각 밥을 먹고

더구나 밤열한시 큰아이의 귀가를 돕기 위한 대기 기사이니

이래 저래 졸음으로 비몽 사몽 ..비틀거린다



공연히 오늘 무언지 ..

장갑을 끼고 팔을 걷어부쳤다

고3이랍시고 책상 가득 어수선하게 책이며 공책이며

연습장 사전 그리고 ..과제물로 내려했던 프린트

등등 방안은 어수선해서 볼 수없을 지경임에도

이른 새벽 학교에 갔다가 12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에게

무얼 기대하고 무어라 잔소리를 할 수 있으랴 ..

그래 이렇게 수 없이 많은 책들을 파고 부수어야

대학에 가는 걸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속없이 앉아서 아이 책상정리를 하다 보니

그동안 게을렀던 나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해서

스스로 머리가 숙여진다

그래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던 엄마라지만

그래도 중학교 시절엔 시험을 대비해서 교과서도 같이 읽어내고

문답식으로 공부도 같이 하였건만

이제 던져진 존재처럼 ..아이는 저만치 멀리 가 있다

무어라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성격도 아니고

이른바 크레믈린이라 이름붙여진 ..

이래 저래 아이도 없이 혼자서 공허한 시간을 보내는 듯한데

왜 이리 할 일이 많고

매일 매일의 새로운 일거리가 쏟아져 나오는지

가히 맞벌이를 하거나 취업 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은 존경심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매일을 친구와 일과 술로 늦게 귀가하던 남편이 연이어

일찍 귀가를 한다

중간에 벌여놓은 일을 대충하고

오늘따라 둘째 녀석이 하교시간이 늦어져 결국은

학원버스를 놓치고 나는 대기기사노릇까지 하게 되었다

이래 저래 시간은 도둑을 맞은 듯 흘러가고

결국은 운동을 가지 못했다

날마다 연습하고 배우고 익혀도

늦게 시작한 운동이라 서툴고 어릿 어릿할 뿐만아니라

이젠 되었다 싶다가도

어김없이 에러가 발생하고 같은 실수가 나온다

이 운동이 사실 나에게 벅차고 힘이 들어도

한국사회의 모임이라는게 주는 엄청난 희화의 한부분이다 보면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는 형상이어도

들고는 있어야 할 것 같고 이래 저래 무게만이 느껴질 때도 많다

그리고 막상 운동을 나갔을 때는

공부 잘하는 자식을 데리고 다니고 싶은 부모의 마음처럼

남편도 자기 아내가 무엇이든 잘해내고 당당하길

내심 기대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

그렇다고 생각과 욕심만큼 되지도 못하고

아니 욕심을 내면 더욱 아니되는 운동이라는데



남편은 핸드펀으로 귀가를 알린다

가끔 아주 가끔씩 나와 저녁을 먹기에

나는 마치 먹을 것에 목숨을 건 여자처럼

육해공군 모두를 공수한다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만큼의

만반 지수?를 차려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작해야 일주일에 두 번이면 족했으니)

가족을 위해서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진

남편에게 할 수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고 ...

헌데 연이틀 일찍 귀가하는데 조금 크레임이 걸린다

일단 나의 스케줄 관리에 지장이? 있고

그 음식들을 장만하기가 조금 번거롭기까지 한데는 ..

이래 저래 골치 아파하고 있는 나는

결국, 오늘 가서 배워야할 운동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프로가 새로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맹훈련중이라

저녁시간에만 레슨이 가능하기에 일부러 저녁을 택해서

운동을 하러가겠다던 나의 계획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시간을 도둑맞았기 때문에


" 나 오전에 일부러 운동을 안가서 지금 가야하는데 지금 온다고 ?"

"갔다 오면 몇 시쯤 되는데? ."

"한 7시 30분쯤 되지 .."

"아니 그럼 나 혼자 뎅그마니 있으라고 ..."


%^&*%#%$

기함을 토할 일이다

고작해야 자기혼자 있는 시간은

20여 분 길어야 30여 분 인데

나는 늘 삼시 세 끼를 혼자 먹고

20분 아니라 16시간 이상을 혼자 있기 일수인데 ....

어쩌면 그렇게 자기 입장에서 생각을 할까

결국은 운동을 못가고 그를 위해 만반 지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오늘 대청소를 하고 김치를 담고

이것 저것 부수적인 일까지 끼어들어 급하게 저녁이 왔는데

늘 늦게 오던 신랑마저

투정을 부리며 자기 혼자 있기 싫다고 하니 ~~~~~


헌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곁에 있기를 원하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같은 프로그램의 티브이를 시청하거나

아파트 주변을 산보하는게 아니라

결국은 인터넷에 들어가서

신문을 보는 척하다가

고스톱을 즐기는 것이다


'아이고 이 사람아 나 이말 꼭 하고 싶어

나는 20분이 아니라 20시간도 늘 혼자 있어 ~~~

단 한번이라도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난리 굿을 떠는 나의 심중을 더듬어 보셨나 ..

그래 아내라는 이름으로

늘 당신의 궁둥이나 따라 다녀야 직성이 풀리나 말이다 ..

아이고 어쩔 수 없는 막내아들 ....'


친한 친구에게 넋두리를 털어놓으니

그것 또한 관심이고 사랑이라 ...좋은 것이니

자랑하지 말고 잘해주라는데

"야 그럼 너 맘대로 해 .하고 너는 있던 말던 아무 상관도

안하면 좋겠니 너가 옆에 있는 게 좋다는 게 낫지 .."

해석도 해석 나름이라 ~~~~

인터넷 고스톱을 하는 그옆에서

"욕심 부리지 말랬지 ~ 자기 것만 보이니 그렇게 당하지 ..'

하고는 한소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