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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와 아동 성범죄자들의 처벌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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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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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사람


BY 비껴간 2000-09-19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입가로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오는걸 어찌할 수가 없다.
그때, 나는 컴퓨터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녔었다.
15개월된 아들아이는 죄송하긴했지만, 친정어머니께 부탁드리고...
그러나, 아들아이를 데리고 아침에 버스타고, 친정엘가서 아일맡겨놓고, 그대로 학원에가서 5시간 수업듣고, 다시 아이를 데려오는 일은 내겐 고역이 아닐수 없었다.
그러니, 짜증도 늘고, 아픈곳도 생기고...그러다가 조금씩 다투기도 하고..그렇게 흐렸다 개었다 반복되는 생활의 연속이 얼마간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오는길에 우체통에 편지가 있었다. 공과금이려니.....아니었다.
누군가 적어놓은 내이름 석자. 나에게 온 편지였다.
누구지?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뜯어보았다.
"이 글을 보내신 분의 마음을 읽고 싶으세요?
그럼, 당신에게 보내져온 그 분의 마음을 퍼즐을 통해 맞춰보세요!"
나는...조금은 유치하다고 느꼈다.
누군지 충분히 짐작이 갔기에...(내겐 감수성이 풍부한 가까운 친구가 있다.)
퍼즐을 이리맞추고, 저리맞추고,,아아- 드디어 완성.

"자기에게!
아이 데리고 학원다니랴! 살림하랴 수고가 많아요......"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
남편이었다.
따뜻한 사람이긴하지만, 표현을 잘 하지않는 내 남편.
특히, 편지쓰는걸 무지 싫어하는 남편.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내가 감동받은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느껴지는 건 그런 작은 것들로 인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게 된다는 점이다.
긴긴 시간을 같이하게될 사람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