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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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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생각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BY 잔다르크 2003-04-15


너를 생각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딸아이가
동무생각이란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나더라.

부랴부랴 
몇 년 전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생면부지의 새댁이 받더구나.

네 이름을 대니
가게를 그만두었다며
미처 연락처도 묻기 전에 
딸까닥 끊더라.

무척이나 인심이 좋았던 식구들 덕분에
너네 집 사랑방은 
긴긴 겨울밤이면 
우리들 차지가 되곤 했었지.

들로 산으로 뛰어 다니던
그리운 고향 한 자락엔 늘
도란거리던 화롯가의 추억이 
아른거린다.

네가 잠시 
기모노 장식품을 짜던 
가내 공장에서도 
우리의 속닥거림은 멈추지 않았었는데...

무정하고 모진 
내 성정 때문에 
이대로 영영 
네 소식을 못 듣는 건 아닌지?

남편 먼저 떠나 보내고
범인으론 상상하기 힘든
끈질긴 생명력으로 
홀로 두 아이 키우며,

구멍가게에 순대국집에 
온갖 궂은 일 
마다하지 않았던 
백합 같았던 동무야......

알량한 내 자존심 때문에
차일피일 연락을 미루다
기어이 
오늘 같은 우를 범하는구나.

온 몸이 피멍 든 네 앞에서
자그만 상처 몇 개로 투정부리고 엄살 떤 
지난 세월이 부끄럽구나.
친구야, 너를 생각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던지
부디 
행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