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동무생각이란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나더라. 부랴부랴 몇 년 전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생면부지의 새댁이 받더구나. 네 이름을 대니 가게를 그만두었다며 미처 연락처도 묻기 전에 딸까닥 끊더라. 무척이나 인심이 좋았던 식구들 덕분에 너네 집 사랑방은 긴긴 겨울밤이면 우리들 차지가 되곤 했었지. 들로 산으로 뛰어 다니던 그리운 고향 한 자락엔 늘 도란거리던 화롯가의 추억이 아른거린다. 네가 잠시 기모노 장식품을 짜던 가내 공장에서도 우리의 속닥거림은 멈추지 않았었는데... 무정하고 모진 내 성정 때문에 이대로 영영 네 소식을 못 듣는 건 아닌지? 남편 먼저 떠나 보내고 범인으론 상상하기 힘든 끈질긴 생명력으로 홀로 두 아이 키우며, 구멍가게에 순대국집에 온갖 궂은 일 마다하지 않았던 백합 같았던 동무야...... 알량한 내 자존심 때문에 차일피일 연락을 미루다 기어이 오늘 같은 우를 범하는구나. 온 몸이 피멍 든 네 앞에서 자그만 상처 몇 개로 투정부리고 엄살 떤 지난 세월이 부끄럽구나. 친구야, 너를 생각하면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던지 부디 행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