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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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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거... 그리고... 살아진다는 거..


BY 지란지교 2000-12-20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어제 퇴직금 중간정산금을 받아왔다.
올 여름 뜻하지 않은 어처구니 없던 일로 몇천만원 이상의 돈을 남에
주머니속으로 털어넣어 줘 버리고 그로 인한 배신감과 허탈함 그리고
그에 따른 이자발생으로 좀 힘들기도 했었다.

남들 눈에 월급, 보너스 꼬박꼬박 나오고 하니 속 깊은 얘기도 할 수 없고, 또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는 그 영혼의 황폐함에 몸서리치게
괴로워 했다...
그 영혼에 대해 내 자신의 끝없는 원망을.... 그러지 말자고
얼마나 스스로 추스리려고 했는지 모른다.

결국 남편과 상의끝에 퇴직금중간정산을 받아 얼마간의 지출이라도
줄이기로 했다...
어제...
통장속에 이체된 남편의 퇴직정산금을 바라보고 있으려니...참
마음이 아려왔다... 남편도 착잡한 표정이다.
학교졸업후 들어간 그곳에서 남편은 청년을 거쳐 이제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비록 상징적인 것에 불과 할 지 모르나
어쨌든 든든한 보험같은 거 였던 돈이다...

우리 서로 마주보고 싱긋...
나 당신맘 알고, 당신 내맘 알지...
그런 눈으로...싱긋 웃었다...

사실
셀러리맨으로 아이들 가르치고 집 장만하기가 벅찬건 사실이다.
시댁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차츰 집 늘려가고 아이들 예쁘게 커가는
것 만으로도 고맙다고 항상 하신다.
물려 줄 것 없는 시댁에서는 막내인 남편에게 아주버님들이나 시누님
들 모두 우리끼리 이렇게 자리 잡고 사는 것 만으로도 고마워 하신다.
남편이나 나나 그런거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다.
그냥 나름대로 우리힘으로 성실히 살자고 항상 얘기했다...
우린 우리대로 시댁의 그런 마음씀에 고마워 한다.

이제 직장에서 중견간부의 직책으로 서있는 남편..
구조조정이라는 소용돌이에 잠깐 이직도 생각했었는데...
결국 우리가 설 자리는 그곳이라는 생각에 다른 생각은 말자고 했다.
현명한 결정인지 아닌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같은 호봉의 동료들은 원치 않는 곳으로 지방발령이 나서
떠나기도 했다.... 참으로 힘든 시간들이다...

지금의 나...
조금이라도 남편의 짐을 나눠 지고 싶다.
유난히 엄마를 밝히는 두 아이들...
작은애는 일기에
'엄마가 직장을 다니시겠다고 하는데 난 싫다.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가 안계실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고 써 놓았다.
큰 아이는 그래도 큰 애라서 그런지
'엄마가 정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한다.
그리고는 '그래도 엄마가 집에 계신게 좋아요' 한다..
아이들에게는'엄마에게 온 좋은 기회란다..' 하고 얘기했다.

비교적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이 사무실안..
올 한해 마무리할 업무를 갈음했다.
산업자원부에 낼 보고서와 발표할 자료들을 점검했다.
.....
.....
내자신이 서 있는 자리는 어디였는지...
새롭게 들어간 이 직장을 난 좀 오래다녀야 겠다고 생각한다.
큰아이 작은아이 교육비도 점차 늘어날 것이고...
한동안 흔들렸던 가정경제도 다시 잡아야겠지..

편하게만 살아온 거 같은 세월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음의 평상심은 유지하고 살려고 애쓴다.
나를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서 그럴려구 한다.
오늘도 혼자 되뇌인다...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