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날보다 딸아이는 조금 늦게왔다.
평상시에는 8시가 조금 넘으면 돌아오는 녀석이 오늘은 9시가 다되어
터덜거리며 들어온다.
" 엄마야! 나 배고파 "
아이의 걸음걸이는 흐느적거린다.
" 많이 힘든가보구나. 어여씻거라 저녁먹게 "
돼지고기와 햄을넣은 김치찌계와 도토리묵, 묵은김치...
아이는 정신없이 제 밥그릇에 김치찌계를 퍼 넣는다.
" 천천히 먹어 "
" 웅 알았어. 엄마도 빨리먹어 "
세식구 같은 상머리에 앉아 밥을 먹은게 언제였더라.
아침은 아이혼자 밥상을 받고
저녁역시도 아이혼자가 거의 였는데 요즘은 내가 집에서 살림만 하고 있으니
아이는 외롭지 않게 엄마인 나와 겸상을 한다.
정신없이 밥을 먹던 녀석이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한다.
" 엄마! "
" 웅, 왜? "
" 엄마도 ??뵉舊? "
" ???... 으~응. 근데 왜에? "
" 아이 글쎄. 말해봐 "
" 하지...뭐. "
" 한달에 몇번이나 해? "
" 그거야 뭐... 몇번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
( 얘가 오늘 왜 이런디야? )
" 몇번하냐니까아~ "
" 글쎄. 뭐 한두번? 아니면 일주에 한두번? 에구, 모르겠다 "
" 그럼 신혼여행가서는 안했어? "
" 이궁! 그땐 물론했지 "
" 신혼여행 갔다와서는? "
" 그때도 물론했지 "
" 근데 나는왜 이렇게 늦게 태어났어? ???안해서 그런거아냐? "
" 얌마! 너 낳으려고 그땐 밤이고 낮이고 했지 "
" 근데 왜 아기가 안 생긴거야 "
( 하이구! 미치겟네)
" ??보?한다고 해서 다 아기가 생기는건 아니고...생길때가 돼야 생기는거야.
그리고 너는 삼신할머니가 아직은 때가 아니니라~ 하고 늦게 점지해 주신거고 "
말을주고 받는 와중에도 아이는 계속 숟가락을 제 입으로 가져가기에 바쁘다.
아고매워~ 연신 손바람을 제 입으로 불어대며
벌컥벌컥 보리차도 몇컵인가를 비워낸다.
" 엄마! "
" 응, 또 뭐 물을게 있어? "
" 요즘에도 아빠랑 ??뵉? "
" 요즘? "
" 응, 요즘에 말이야 "
아이의 말에 난 한참을 침묵한다.
남편과 함께 사랑을 나눈게 아마득하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한집에서 밥을먹고 잠을자도
우린..남남이었다.
서로 이불의 양쪽 끄트머리만을 덮은채 살이 닿지 않으려 우린 몸을 도사리고.
몇번씩을 자다깨다를 반복하여 아침은 늘상 피곤하였고
서로가 서로를 타인처럼 낯설어한다.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건지...
몇달여를 혼자 잠들고 깨고...그것이 내겐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엎치락 뒤치락 하던 어느날밤
잠이든 남편을 뒤로하고 벼개하나들고 거실로 나와 잠을 청하니
단 한번도 깨지않고 단잠에 빠질수가 있었다.
그날부터 우린
남편은 방에서 나는 거실에서...그렇게 각자의 잠자리를 따로하고 있는데...
딸아이는 정말로 내게 묻고싶은게 무엇일까?
" 엄마아~아 "
생각에 빠져있는 나를 아이는 소리쳐 깨운다.
" 응? 왜? 뭐어? "
" 에이~ 요즘도 아빠랑 ??뵉毬캇맙??"
" 요즘에는... 아니, 안해 "
" 왜에? "
" 그냥...아빠가 좀 늙었나봐 "
" 그럼 보약좀 해줘. 아! 맞다. 엄마 약 닳이던데 그거 아빠보약이지? "
" 응? 으~응... 밥 다먹었으면 고만 일어나. 엄마 치우게 "
아이입에서 더 무슨말이 나올까싶어 난 서둘러 아이의 등짝을 민다.
평상시에도 아이와난 성에관한 대화들을 잘 나누고
아이가 궁금해 하는것은 조금도 거짖없이 알아들을수 있는 범위내에서 설명을 해주곤 하였는데
오늘의 질문들은 나를 조금 당혹스럽게 한다.
" 잘먹었읍니다 "
습관적인 인사를 하고 제 방으로 들어가던 녀석이 뒤돌아 날 보더니
그에 한마디를 한다.
" 근데 엄마 왜 아빠랑 같이 안자? "
어쩌면...아이는 그말이 묻고싶었으며 그말이 하고싶었던건 아닐까?
아이보다 늦게자려했고 아이보다 일찍일어나 떨어져자는걸 들키지 않으려 했는데...
녀석은...이미 알고 있었나보다.
" 왜 안자긴? 그냥 테레비보다가 거실에서 잠이들은거지.
걱정말고 어여 네방에가서 세이나 들어가셔 "
다시한번 손짖으로 난 아이의 등을민다.
머리가 터지게 싸움을 해도
부부란 한 이불속에서 살을 맞대고 잠을자야만 정이 두텁다는데..
가끔씩 닥아오는 남편의 냄새도 체온도 아직은 낯설고 서먹거린다.
아직은 무늬만 부부인채로 그렇게 보내고 있지만
오래지않아 난 남편과함께 한 이불을덮고
남편의 팔벼개를 하고 그 품에서 그가 연주하는대로 리듬을 탈수있겠지.
그날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그때쯤 난 아이의 질문에 큰 소리로 대답을 할수있겠지.
" 얌마! 우린 늙지 않았어. 아직도 청춘이라고.
오늘도 우린 불타는밤을 보낼테니 귀막고 일찍 주무시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