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있었다. 밤에 이불을 펴고 누우면 아기가 배 아래쪽으로 꽁 뭉쳐있는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께서 양수가 적다고 했는데... 아기가 참 답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저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그 흐르던 액체가 양수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어제부터 의사들 파업이 시작되었다. 다니던 산부인과에도 진료를 안한다고 한다.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아무래도 병원에 가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저 심각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외출한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친구에게 소개받은 부평의 산부인과를 향해 달렸다. 가는 도중에 사이트가 접속이 안된다는 친구들의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병원에 도착해 초음파를 본 후 의사선생님의 말씀.... 난 믿을 수가 없었다. 양수가 거의 다 빠져나갔으니 아이가 안전할 수 없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의사의 진찰을 받는 와중에도 남편은 우리 친정에 시댁 어머님께 전화를 하느라 또 아줌마닷컴 서버접속이 안되서 관련업체에 전화하느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여. 그리고 심장도 뛰는게 보이잖아... 근데 어떻게 수술을 해. 아이가 더 크게 움직이는 걸'
남편과 나는 다시 차를 달렸다.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와 통화를 하고 의사를 불러냈다. 그 때가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기대를 하고 간 담당의사의 말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희망이 없단다. 불과 며칠 전 정기검진 때도 아무 이상 없다고 했었는데 갑작스런 일이었다. 의사가 말했다. '내일 오후 5시에 입원을 하시죠.' 남편과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른들께 말씀을 드렸다.
남편을 붙들고 울었다. 다음 날 아침 약간의 하혈이 있었다. 남편이 말했다. '아이가 이별을 얘기하는거야. 엄마가 미련 안갖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입원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 때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좀 더 큰 병원에 한 번 가보지 그래.. 혹 진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좀 큰 병원이 낫지 않을까?'
남편과 상의했다. '그래, 한번 가보자' 우리는 거의 희망을 잃은 상태였다. 입원수속을 하다말고 우리는 이태원에 있는 한 대학병원으로 차를 타고 달렸다. 가슴속에 한가닥 희망을 잡고서...
(제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병원에 누워있을 때 했던 생각을 지키려구요. 우리 여자들은 결혼과 함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게 되지만 대부분 무지한 상태에서 그 모든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어느 곳에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임신하고 몸이 안좋을 때도 어디 상담하거나 비슷한 경우를 듣기도 힘들었어요. 혹 내가 겪은 경험이 다른 엄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가 겪은 경험을 몇번에 나누어 올리려고 합니다.)